잠든 ‘전두환 추징 3법’, 결국 휴지 조각(?)…날아간 100% 추징[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1·2심 패소한 교보자산신탁 상고 포기…55억원 환수
55억원 포함해도, 추징금 중 40% 해당하는 867억원
환수 길 쉽지 않아…법적 근거만들 3법은 여전히 계류
21대 국회 완료땐 폐기돼…입법 공백이 골든타임 놓쳐
檢 환수 강화 추세이지만, 국회 입법 지원은 전무한 셈



지난 2021년 11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입법 공백’에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이른바 ‘100% 추징·환수’가 사실상 물 건너 갈 위기에 놓였다. 최근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55억원이 국고로 환수되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이른바 ‘전두환 환수 3법’이 국회 문턱에서 좌초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환수할 법적 기준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이미 3년여 전에 발의하고도, 결국 국회 본회의 통과에 실패하면서 전 전 대통령 추징금의 40%를 환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교보자산신탁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공매 대금 배분 취소 소송이 지난해 12월 30일 원고 패소로 확정됐다. 이는 1·2심에서 모두 패소한 교보자산신탁이 상고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997년 내란, 뇌물수수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됐다. 교보자산신탁이 패소하기 전까지 검찰이 환수한 금액은 1282억2000만원이었다.


해당 소송은 전 전 대통령 일가가 교보자산신탁에 맡긴 오산시 임야 5필지 가운데 3필지 땅값의 추징을 둘러싸고 제기됐다. 검찰은 2013년 추징 판결을 집행하기 위해 오산시 임야 5필지를 압류했다. 임야는 2017년 공매에 넘겨져 추징금 몫으로 75억6000만원이 배분됐다. 해당 필지 가운데 2필지 땅값 20억5200만원을 대법원까지 간 끝에 국고에 귀속됐다. 하지만 교보자산신탁이 압류를 취소사라며 소송을 제기해 지금까지 환수되지 못했다. 이후 교보자산신탁이 상고하지 않아 최종 패소하면서 나머지 3필지 몫 55억원이 환수되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전두환 비자금 회수 위한 ‘전두환 추징 3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55억원을 포함하더라도 여전히 전 전 대통령 추징금 가운데 40%에 가까운 867억원의 환수가 불가능한 상화에 처했다는 점이다. 전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1월 사망하면서 소급 입법이 없으면 추징이 사실상 가능치 못한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전두환 추징 3법이 2020년 6월 24일 발의됐으나 여전히 계류 중이다. 현재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는 건 형사소송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형법 개정안이다. 이들 법안에는 △추징금 미납자 사망 시 상속 재산에 대해 추징 △상속·증여 등 불법 재산을 무상 취득한 경우 몰수 가능 △독립몰수제(유죄 판결 나고기 전 수사단계에서 범죄 연관성 있으면 추징) 도입 등 내용 담고 있으나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는 건 ‘함흥차사’다. 게다가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5월 29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전두환 환수 3법은 자동 폐기된다.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소급입법 금지 등 논란만 거듭될 수 있다. 국회가 발의 이후 3년여 동안 해당 개정 법률안을 두고 공전만 거듭하면서 전 전 대통령 추징금을 100% 환수할 ‘골든 타임’마저 놓친 셈이다. 결국, 최근 확정된 55억원이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추징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환수 부문 강화를 꾀하고 있는 검찰의 움직임과도 반대되는 흐름이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지난해 중순께 부서 내에 송무 담당·추적전담반을 신설했다. 송무 담당은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압류·가처분 등 보존 처분이나 민사소송에 대한 사무·업무를 맡는다. 추적전담반은 은닉 재산을 찾아내기 위한 재산 조회, 계좌 추적 등이 주 업무다. 이들 송무 담당·추적전담반을 중심으로 향후 범죄수익환수부 산하에 환수과를 새로 만든다는 게 검찰의 구상이다. 범죄수익환수부는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범죄 피해 재산이 피해자에게 환부될 수 있도록 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부패재산이란 부당한 물질·사회적 이득을 얻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얻도록 도울 목적으로 범한 죄에서 유래한 재산을 뜻한다. 검찰이 전담 부서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과를 향후 신설함으로써 부패재산을 100% 환수해 피해자에게 되돌려주는 업무 역량 향상과 함께 전문성 강화까지 꾀하는 셈이나, 국회 등의 입법 지원은 전무하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 20일 최환 전 고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 총장은 이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수사와 재판을 맡았던 최 전 고검장, 김용섭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오찬을 함께했다. 연합뉴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수사에 따른 엄중한 처벌과 함께 추징·환수 부분을 향후 계속 강화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범죄에 대해 강력 대응하는 한편 범죄 수익도 철저히 박탈해 범죄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뿌리내리도록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실제 해마다 2400~2800건을 오가던 검찰의 범죄수익 환수(보전) 건수는 올해는 11개월 만에 3102건까지 늘었다. 범죄수익 환수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이 한층 커지면서 검찰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실제 인력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전국 검찰청 가운데 범죄수익 환수를 전담하는 부서가 있는 게 서울중앙지검 한 곳일 정도다. 그나마 해당 부서에 있는 검사도 4명(부장검사 포함)에 불과하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범죄자들이 우선 고려하는 부분은 범죄수익을 어떻게 숨기는 것이냐”라며 “몇 년 동안 형을 살더라도 은닉한 돈으로 잘살 수 있다는 생각을 범죄자들이 하고 있는 만큼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하는 게 범죄를 막는 최우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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