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도시 근로자들의 임금이 201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세계의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위험에 직면했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 수요 증가와 임금 인상 등이 촉발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센 반면 중국만 디플레이션 위험에 놓인 예외적인 상황에 우려가 일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온라인 채용 플랫폼 자오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중국 38개 주요 도시의 신규 일자리 평균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1.3% 하락한 1만 420위안(약 190만 원)이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6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이 같은 임금 하락세가 공공 부문을 넘어 민간기업도 한 원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정부 기관과 공기업 근로자에 대한 감봉 조치를 전방위로 취한 데 이어 민간기업에서도 임금 하락이 시작돼 중국이 전례 없는 디플레이션 위기를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레이스 응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0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전 세계에서 팬데믹 이후 ‘리오프닝(경제 재개)’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은 유일하게 ‘아웃라이어’가 되고 있다”며 “주요 20개국(G20) 중 유일하게 2021년 8월 이후 소비자물가가 순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수도 베이징의 경우 4개 분기 연속 임금이 감소한 가운데 신규 일자리 평균 임금이 전년 대비 2.7% 하락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각종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위치한 광저우시에는 임금이 4.5% 떨어졌다. 전체 평균의 3배 이상 되는 수준이다.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분야도 예외는 없다. 오히려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신성장 산업에서의 임금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차이신인사이트그룹에 따르면 신성장 분야의 평균 임금은 지난해 12월 1만 3758위안(약 251만 원)으로 전년 대비 2.3% 낮아졌다.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감소하면서 이미 억눌린 소비 수요가 더욱 쪼그라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가통계국 소비자신뢰지수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소비심리는 역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5% 떨어져 2020년 11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보였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같은 기간 3.0% 하락했다. 소비 수요가 짓눌린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을 비롯해 전 부문에서의 침체가 불가피해졌다. 쉬티엔첸 인텔리전스유닛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성장세 둔화까지 겹쳐 새해에도 물가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감소 또한 장기적인 성장 둔화 압력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은 2022년 출생아 수 1000만 명이 무너진 뒤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호주 빅토리아대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 1.09명을 기록한 합계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2100년에는 40% 수준인 5억 87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