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국민당 오차범위 접전…대만 대선 '美中 대리전' 격화

[13일 대만 총통선거]
美, 친미·독립성향 민진당 지원
中, 野 지지하지만 딜레마 빠져
군사도발 등 협박으로 역풍 우려

대만 타이중에서 6일 열린 민중당의 커원저 총통 후보 선거운동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만의 새로운 차기 지도자를 뽑는 총통 선거(대선)가 채 1주일도 남지 않았다.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넘어 동북아 정세, 미중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정치 빅이벤트에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친미·독립 성향인 집권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오차 범위 안에서 친중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를 앞서는 접전을 벌이고 있어 최종 승자를 점치기 힘들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도 심해지는 만큼 선거 막판 어떤 변수가 나올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7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여론조사 공표 금지 시한 직전인 선거 열흘 전인 2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민진당의 라이 후보가 국민당의 허우 후보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 연합보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진당의 라이 후보와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는 32%, 국민당의 허우 후보와 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는 27%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제2야당인 민중당의 커원저 총통과 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21%로 3위를 유지했다. 이달 1~2일 발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1위인 라이 후보를 허우 후보가 오차 범위인 3~5%포인트 이내에서 바짝 뒤쫓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민진당 총통 후보가 6일(현지 시간) 신타이베이시 신좡 시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3일로 예정된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미중 양국의 신경전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말 국방 예산을 대폭 늘리는 법안에 서명하며 대만 수호 의지를 표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대만이 독립할 경우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식의 경고를 통해 허우 후보의 당선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국민당 지지를 위해 대만해협에 긴장감을 높이는 군사적 행동 등에 나섰다가 민진당에 표가 집결되는 역효과를 우려한다고 6일 보도했다. 중국은 1996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미사일 도발을 하거나 2000년 선거 직전 주룽지 당시 총리가 한 발언 때문에 대만 독립 성향의 후보들에게 표가 집중된 학습효과가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적 제재가 무력적 위협보다 더 대만 국민들을 동요하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대만은 중국과의 교역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 본토에 살면서 사업을 하는 대만인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 취업이나 집값·임금 등 당면한 경제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20~30대 젊은 층의 표심도 양안 관계 같은 사안보다 현실적인 접근으로 투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중국에서 차기 외교부장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류젠차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다음 주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총통 선거 직전 고위 인사가 미국을 방문하는 만큼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 후보가 6일(현지 시간) 타오위안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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