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14일 간 강원 일대에서 열리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의 핵심 키워드는 ‘미래’다. 80여 개 나라 1900명 꿈나무들이 모여 가능성을 겨루는 축제다.
미래는 미래인데 먼 미래는 아니다. 참가 선수들 중 상당수는 당장 2년 뒤인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재목이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최가온(16)은 그들 중에서도 대표적인 예비 스타플레이어다. ‘올림픽’ 타이틀이 붙은 무대로 한정했을 때만 ‘예비’일 뿐, 스노보드판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스타이자 나가는 대회마다 최연소 기록을 새로 쓰는 무서운 기록제조기다.
최근 인터뷰한 최가온은 “강원 홍천의 비발디파크에서 처음 하프파이프를 배웠다”며 “요즘 늘어난 저에 대한 관심이 조금 당황스럽고 (국내 팬들 앞에 서는 게) 긴장도 되지만 스노보드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만큼 재밌게 즐겨주시면 좋겠다”고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직관’을 당부했다. 하프파이프 경기는 횡성 웰리힐리파크 스키 리조트에서 펼쳐진다.
최가온은 지난달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대회 우승으로 한국인 최초의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하프파이프 챔피언이 됐다. 처음 나간 월드컵에서 챔피언 벨트를 가져온 것이다. 앞서 2022년 3월 FIS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지난해 1월에는 미국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인 X게임 슈퍼파이프 부문에서 역대 최연소(14세 3개월)로 정상에 섰다. 올림픽 2연패의 교포 선수 클로이 김(24·미국)이 갖고 있던 14세 9개월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해 2월 듀 투어 슈퍼파이프 우승도 최연소 기록과 함께였다.
“클로이 언니의 경기를 아빠와 유튜브로 매일매일 봤다. 그러면서 스노보드를 시작하고 꿈을 키웠다”는 최가온은 “모든 게 멋있었는데 특히 첫 X게임에서 ‘세븐’을 시도하면서 ‘트럭드라이버’(공중에서 보드를 쥐는 그랩 기술 중 하나)를 하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일곱 살에 스노보드를 시작한 최가온은 곧바로 떠난 뉴질랜드 훈련에서 클로이 김을 처음 만났다. “뉴질랜드에서 크게 다쳤을 때 클로이 언니가 같이 가주면서 통역도 도와줬다”고 떠올린 최가온은 “지금은 아버지끼리도 친한 사이가 됐다. 언니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저의 가장 큰 롤모델”이라고 했다.
클로이 김을 지도했던 코치 벤자민이 지금 최가온의 코치다. 최가온은 “제 영상을 봤다며 함께하고 싶다고 (코치가 직접) 제안해왔다. 연락을 받았을 때 꿈을 꾸는 줄 알았다”고 돌아봤다.
난생 처음 하프파이프를 타던 날을 최가온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체험 캠프에서 같이 배우던 친오빠가 다치는 바람에 부모님까지 모두 의무실에 가있었다. 그사이 꼬마 최가온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혼자서 3시간을 쉬지도 않고 파이프를 탔다. 키가 작아 캠프용 빕이 발목까지 내려왔지만 상관없었다. 반 원통형 슬로프의 3분의 2까지 올라가 턴을 하고 내려올 정도가 됐다. 그때부터 ‘신동’ 별명을 달고 다니며 ‘도장 깨기’를 이어가고 있다.
1년 중 절반을 해외에서 생활하지만 “훈련과 대회 출전 때문에 외로움이나 무료함을 느낄 틈이 별로 없다”고 한다. 새로운 기술 하나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길게는 1년 이상을 준비하기도 한다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 경험은 없을까. 최가온은 “코치님과 아빠랑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한다. 저와 코치님의 판단을 믿고 시도하는 것”이라며 “그런 믿음 때문에 경기 하는 날은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하고 시도하는 편이다. 생각이 많으면 시도가 어렵다”고 했다.
가장 큰 적은 역시 부상이다. “훈련을 중단해야 하니까 그게 가장 큰 시련”이라는 최가온은 “아무리 준비하고 조심해도 하늘로 날아올라 기술을 하다 보니 조금만 파이프가 안 좋거나 작은 실수를 해도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부상을 입으면 보통 한두 달은 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최가온은 도전한다. ‘9’에서 머무르지 않고 ‘10’을 바라본다. 여자 선수로 유일하게 스위치 백나인(주행 반대 방향으로 날아올라 두 바퀴 반 회전)을 성공해 월드컵을 제패한 그는 반 바퀴 더 도는 스위치 백텐을 연습 중이다. “스프링캠프 때 시도했었는데 세 번에 두 번은 성공했어요. 상위권 남자 선수들도 3명 정도밖에 못하는 어려운 기술이라 아직은 미흡해요. 조금 더 준비해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2년 뒤 올림픽 얘기를 꺼내자 최가온은 세 가지를 들었다. “어릴 때부터 세 가지를 이루고 싶었어요. 잘해서 미국 몬스터에너지사의 헬멧을 받는 것, X게임에 초청 받는 것, 그리고 올림픽에 나가서 저의 런을 성공하고 챔피언이 되는 것이요.” 셋 중 벌써 둘을 이뤘다. 앞서 클로이 김은 2016 릴레함메르 동계청소년올림픽 금메달 2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롤모델의 길을 따르려 하는 최가온은 “올림픽 챔피언은 운동선수에게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조직위-서울경제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