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를 참관하기 위해 미국을 찾는 국내 최고경영자(CEO)들이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로 참석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목적기반차량(PBV),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수소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다지겠다는 포부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6일 네바다주 해리리드국제공항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기아(000270)가 왜 PBV에 집중하고 있는지, 어떠한 PBV 전략을 갖고 있는지 자세히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8일 CES 2024에서 간담회를 열고 기아 PBV의 단계별 로드맵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PBV는 이용 목적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제작하는 신개념 이동 수단으로, 기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PBV 시장에서 2030년 세계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아는 중형 콘셉트카(3대), 대형 콘셉트카(1대), 소형 PBV(1대) 등 3종의 PBV 라인업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송 사장은 기아의 전동화 전략과 관련해 “전동화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며 “전기차 대중화에 앞장서는 방향으로 전기차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에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현대차(005380)그룹은 미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연산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올해 10월 가동할 계획이다.
4대 금융그룹 CEO 중 처음으로 지난해에 이어 CES 2024에 방문하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본지 기자와 만나 “AI가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CES에서 금융의 디지털 트렌드를 살펴보고 AI와 밀접한 미래 인재인 MZ세대 직원들이 다양한 기회와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 회장은 현대차와 HD현대·SK텔레콤 부스를 둘러볼 예정이다. 그는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의 AI 기술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회장이 2년 연속 CES를 방문한 것은 국내 기업들도 AI 경쟁에 가세하면서 금융 등 전 분야에서의 AI 활용 가능성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CES에서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정 부회장을 포함해 CES에 참석하는 삼성전자·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기업 CEO·임원진들과 만나 AI 협업 전략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의 경우 자사의 AI 서비스인 ‘에이닷’을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하며 협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함 회장은 CES에 참석한 뒤 시애틀 아마존 본사를 전격 방문한다. 최근 아마존 등 빅테크들은 생성형AI를 출시하거나 AI 스타트업 등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전 분야에서 ‘생성형AI’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만큼 하나금융이 금융권에서 선제적으로 AI를 활용해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신년사에서 “외부와의 제휴나 투자,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이뤄내 금융이 줄 수 있는 가치 그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며 분야에 구애받지 않는 ‘협업’을 강조한 바 있다. 아마존은 2014년 AI 플랫폼 ‘알렉사’를 소개하며 AI 시장 진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주요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AI가 급부상하면서 하나금융의 디지털 전략도 AI 활용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에서도 AI 활용이 적극 검토되는 상황에서 하나금융의 ‘AI 기반 디지털금융 전환’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보안 전문 스타트업 에스투더블유(S2W)와 금융권 최초로 ‘금융 보안 생성형AI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금융권의 경우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가 가장 중요한 이슈인 만큼 잠재적 사이버금융 보안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안 분야의 생성형AI 서비스 기술을 교류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