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어 정도는 돼야 진짜 혁신이라고 할 만합니다.”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 참석한 기업인에게 ‘올해 어떤 기업이 가장 혁신적 기술을 내놓을 것 같느냐’고 물어보니 돌아온 답이다. CES 전시 준비를 위해 참석한 그는 지난해 9월 개장한 스피어를 처음 보고 말 그대로 “입이 떡 벌어졌다”고 한다. 올해 CES를 참관 계획인 이들은 AI 기술 동향 파악과 함께 스피어 관람을 0순위로 꼽을 정도다.
스피어는 미국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기업 매드슨스퀘어가든(MSG)가 기획부터 완공까지 7년을 쏟아부어 만든 역작이다. 코로나19 동안 공사가 지연되며 총 공사비만 23억 달러(약 3조 원)이 들었다. 쏟아부은 돈에 걸맞게 스피어는 최고, 최초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우선 세계 최대 규모의 구형 공연장으로 흔히 지구 모양으로 불린다. 높이는 111m(아파트 40층), 바닥 지름은 157m(〃 57층)에 달한다. 멀리서 보면 스피어의 규모를 체감하기 힘들다. 그저 “축구공이 왜 저렇게 크게 보이지” 싶은 정도다. 막상 가까이 다가가오면 압도적 크기에 위압감이 든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관람객들은 영상이 압권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벽에는 스크린이 설치돼 있는 데 면적만 5만 3884㎡로, 축구장 2개 반을 합친 크기다. 스피어의 진가가 드러나는 건 밤이다. 어둠을 배경으로 외벽의 영상들이 빛을 발산하는데 장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스피어는 CES 행사장 중 한 곳인 베네치안 엑스포와 연결돼 있다. 티켓값으로 200달러(약 26만 원)를 내면 스피어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스피어로 들어가면 휴머노이드 로봇 아우라(Aura)가 관객을 맞는다. 질문에 답을 하고, 손을 들어 인사도 하면서 일부 관객은 실제 사람이 로봇 탈을 썼는지 의심하기도 한다. 2층에는 돔형 공연장이 있다. 고해상도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1만 7500석 규모 객석의 천장 절반을 감싸는 데다가 16만 7000여개 AI 기반 스피어가 만나 시청각 혁신으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라스베이거스=서종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