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최대 리스크 인플레 아닌 정치" "통화·재정 정책 엇박자 뒤늦은 후회"[2024 전미경제학회]

[한미경제학회 인터뷰]
분열되는 美…경제엔 불확실성 가득
“연준, 금리 조기 인하 강박 없어"
빗나간 노동시장 예측, 인플레 주범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맨 왼쪽부터 ), 장유순 인디애나주립대 교수(한미경제학회장), 이윤석 시라큐스대 교수가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전미경제학회 행사장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윤홍우기자


“미국이나 한국 모두 올해 경제의 가장 큰 변수는 폴리티컬(정치) 리스크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더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이윤석 시라큐스대 교수)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2024 전미경제학회’에 참여한 한미경제학회 소속 경제학자들이 올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미국 대통령 선거와 이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을 꼽았다. 7일(현지시간) 학회 현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는 장유순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 이윤석 미 시러큐스대 교수가 참여했다. 미국 경제학자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은 이들은 미국 학계에서 통화·재정 정책의 엇박자와 관련한 반성문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분열되는 美…경제엔 불확실성 가득



한미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장 교수는 “미국 사회가 워낙 분열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폴리티컬 리스크보다 더 큰 리스크는 없다”고 말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이 충돌하고, 과격한 공약들이 발표되고 있다. 김 교수 역시 “정치적 불확실성에서 나오는 리스크,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 리스크가 얼마나 해소가 될지 관건”이라고 밝혔다. 반면 인플레이션 문제는 올해 경제의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전쟁 중임에도 국제 유가가 매우 안정적이라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 금리 조기 인하 강박 없어”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모두 “시장의 기대보다 빠르지 않을 것 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경제 성장률과 고용 지표들이 나쁘지 않다”면서 “연준도 이자율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강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내렸다고 보고 통화정책을 완화했다가, 다시 (인플레이션이) 올라간 경우가 미국에서 역사적으로 두 번 정도 있었다”면서 “그런 무서운 기억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내리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美 통화·재정정책 엇박자 후회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같이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것 같다” 이번 전미경제학회를 총평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재정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엄청나게 기여를 했는데 인플레이션을 통화 정책으로만 해결을 하려 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면서 “학계에서 미국 경제의 패착이 무엇이었느냐는 비판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장 교수도 “미국 정부는 팬데믹 당시 소득 7만5,000달러 이하 모든 개인에게 돈을 지급했지만 일부는 이를 소비 하지 않았다”면서 “재정 정책을 쓸 때 (수혜 계층을) 정교하게 분석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빗나간 노동 시장 예측…인플레 최대 원인



이번 전미경제학회에서는 인플레이션 대응에 있어 노동시장에 대한 보다 정밀한 분석이 필요했다는 반성도 나왔다. 팬데믹 당시 미국 노동 시장에서는 일자리와 구직자가 사라졌으나, 정부의 재정 지원에 따라 초과 저축이 오히려 늘었다. 이후 팬데믹이 서서히 정상화하며 일자리가 늘었으나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서 임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김 교수는 “노동력 쇼티지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크게 악화됐다”면서 “당시에는 이를 예측한 사람이 없지만 데이터가 쌓이고 보니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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