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 개막을 이틀 앞둔 7일(현지 시간) 전 세계 취재진이 혁신 제품을 먼저 공개하는 ‘CES 언베일드’ 행사가 열린 미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 모여들었다. 이곳에서는 혁신상을 수상한 각종 국내외 제품 및 기술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헬스케어·펫테크 등 다양한 분야로 속속 도입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가 이날 직접 착용한 미국 스타트업 이어러블뉴로사이언스(Earable Neuroscience)의 골전도 헤드셋 ‘프렌즈 브레인 밴드’는 실시간으로 생체 신호를 감지해 애플리케이션에 그 변화를 알려줬다. 눈을 감은 지 1초도 안 돼 스마트폰 화면에 있는 선에 진폭이 발생한 것이다. AI 기반의 생체 인식 센서가 내장된 헤드셋 기기는 뇌 활동 추적이 가능한 데다 490달러(약 64만 원)에 구매할 수 있어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을 앞당길 기술로 평가된다. 이어러블뉴로사이언스는 이러한 기술력에 주목한 삼성벤처투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반려동물용 AI 제품도 인기를 끌었다. 미국 스타트업 오그먼로보틱스(Ogmen robotics) 전시관은 반려동물 놀이 로봇 오로(ORo)를 취재하려는 전 세계 기자들로 북적였다. AI와 카메라, 놀이용 공 등을 탑재한 오로는 주인을 대신해 반려견과 놀이를 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해 주인이 출근 중이어도 실시간으로 반려동물의 상태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오로는 이미 상용화돼 699달러에 판매 중인데 몇몇 취재진은 직원에게 “지금 주문하면 언제 받을 수 있느냐”며 온라인숍 주소가 찍힌 명함을 받아가기도 했다.
프랑스 헬스테크 기업 바라코다는 세계 최초의 AI 탑재 스마트 거울을 공개했다. B마인드라는 이름의 거울로 사용자의 얼굴·표정·대화 등을 AI로 분석해 기분을 파악하고 이에 맞춘 솔루션을 제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외로움이 느껴지면 조명과 소리, 시각적 효과를 이용해 감정을 완화해준다. CES 2024 혁신상을 받은 B마인드는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이다.
‘CES 언베일드’ 행사 직전에 진행된 ‘CES 공식 미디어 간담회’에도 수백 명의 취재진이 참가하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측은 전시회에서 주목할 키워드로 AI와 Z세대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생성형 AI의 폭발적인 성장 이후 올해부터는 AI 생태계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브라이언 코미스키 디렉터의 설명이다. 그는 “AI 반도체 시장 개화와 함께 플랫폼,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헬스케어 산업을 중심으로 생성형 AI가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든 것에 도입되는 AI의 예시로 국내 스타트업인 마음에이아이를 소개하기도 했다. 마음에이아이는 GPT 등 글로벌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연동해 자사 플랫폼에서 다른 AI 엔진들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버추얼 휴먼 ‘M3’를 선보였다.
미국에서는 AI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긍정적인 만큼 도입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TA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가 AI에 대해 느낀 감정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혁신적(innovative)’으로 42%를 차지했다. ‘초현대적(futuristic·38%)’ ‘지능적(intelligent·35%)’이 뒤를 이었다. 사악하다고 응답한 비중은 5%에 불과했다. 특히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Z세대가 AI가 그려갈 미래에 긍정적이다.
코미스키 디렉터는 “미국에서 Z세대는 6800만 명을 차지하는 데다 이들 중 86%가 혁신 기술이 삶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스타링크와 같은 위성인터넷이 점차 전 세계에 보급되면서 전 세계의 온라인 연결은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