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I로 축구공 흔들림 보정…무선·투명으로 TV한계 깬 LG [CES 2024]

■ 'AI·투명 TV' 시대 개막
◇삼성 "AI 프로세서 기술력 집대성"
저화질 콘텐츠를 8K화질로 변환
음성만 분리해 대화 내용 전달도
세계 첫 투명 마이크로 LED 공개
◇LG "세상에 없던 고객 경험 제공"
투명·블랙스크린 두가지 모드에
올레드T 웹OS로 개방감 극대화
4배 강력 AI로 그래픽 성능 70%↑

삼성전자 모델이 7일(현지 시간) 진행된 ‘삼성 퍼스트 룩 2024’ 행사에서 2024년형 Neo QLED 8K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미국 TV 시장은 글로벌 제조사들의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한 곳이다. 이 때문에 매년 CES에서 열리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TV 전쟁’은 글로벌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고 기술 트렌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 두 회사가 전략 제품으로 내세운 AI와 투명 TV에서는 시장 포화로 업계 전체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사업구조 전환과 첨단 기술 개발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TV 공개 행사에서 가장 힘을 준 제품인 2024년형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 TV에는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술이 대거 탑재됐다. AI 딥러닝 기술로 스포츠 종목을 자동으로 감지해 공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보정해주는 등 영상 왜곡을 줄여주는 ‘AI 모션 인핸서 프로’ 기능이 대표적이다. 저화질 콘텐츠를 8K 화질로 선명하게 바꿔주거나 영상 속에서 음성만 분리해 대화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기능도 담겼다. 삼성전자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온디바이스 AI ‘삼성 가우스’가 탑재돼 번역 자막 기능 등도 제공한다. 정해진 영상을 단순히 보여주는 창구였던 TV가 콘텐츠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한 것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7일(현지 시간) 진행된 ‘삼성 퍼스트 룩 2024’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성능 높은 프로세서가 필수적이다. 이 제품에 들어간 ‘NQ8 AI 3세대’ 프로세서는 전년보다 2배 빠른 신경망처리장치(NPU)와 8배 많은 512개의 뉴럴 네트워크를 갖췄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2020년부터 꾸준히 연구개발해온 AI 시스템온칩(SoC) 기술이 집대성됐다”며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닌 엄청난 기술적 도약”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면에서도 삼성의 TV 운영체제(OS)인 ‘타이젠 OS홈’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올해 새롭게 공개한 ‘삼성 데일리 플러스’는 개인 트레이닝부터 원격의료, 원격 PC 제어, 화상통화 등을 모두 TV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 갤럭시 버즈 등 무선 이어폰을 TV와 빠르게 연결해주는 기능 등도 추가됐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가 집 안 공간에 조화롭게 배치된 모습. 사진 제공=LG전자

LG전자는 세계 최초 무선 투명 올레드 TV를 공개하며 이번에도 ‘폼팩터 혁신’을 무기로 내세웠다. 지난 몇 년간 무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투명 디스플레이 TV를 공개해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올해는 이 모든 기능을 집약한 신제품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비롯해 4개 부문에서도 수상해 총 5개의 상을 챙겼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삼성전자도 이날 세계 최초로 ‘투명 마이크로 LED’를 공개하며 투명 디스플레이의 활용도가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신기한 제품으로만 여겨졌던 투명 TV가 가정용·산업용 등 여러 수요처에서 상품성을 갖춰 가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LG전자의 투명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는 투명 모드와 블랙 스크린 모드까지 두 가지 화면 모드를 통해 맞춤형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투명 모드에서는 뒤가 비치는 시청 경험을 할 수 있고 블랙 스크린 모드에서는 77형, 4K 해상도 올레드의 화질을 즐길 수 있다. ‘투명 모드’로 물고기가 헤엄치는 미디어아트를 보면 스크린 뒤 공간과 콘텐츠가 겹쳐 보이면서 물고기가 실제로 유영하는 것 같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LG전자가 CES 2024에서 세계 최초의 무선 투명 올레드 TV를 공개한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가 CES 2024 부스에 전시된 모습. 사진 제공=LG전자

LG전자도 TV 프로세서에서 AI 성능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 올레드 전용 화질·음질 엔진 알파11 프로세서는 기존 알파9 대비 4배 강력해진 AI 성능을 기반으로 그래픽 성능이 70% 향상됐다. 웹OS 앱 프로세싱 속도 또한 30% 빨라졌다. 출시 10주년을 맞은 LG전자 스마트TV 플랫폼 웹OS도 투명 올레드 T의 장점을 더욱 부각한다. 올레드 T 전용 웹OS 화면에서는 콘텐츠 추천 페이지 등을 별도로 분리해 화면 여백을 키우고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화면 하단에 날씨와 주요 뉴스 등을 표기해 필요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T를 연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세계 최초 무선 투명 올레드 TV는 고객의 스크린 경험을 새롭게 정의한 제품”이라며 “TV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상에 없던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사업에서 사업 전략 변화를 가속화하는 것은 답보 상태에 이른 글로벌 TV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따른 소비 침체에 중국 경쟁사의 저가 공세가 겹치며 사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TV 시장 규모는 2022년 2억 200만 대에서 지난해 1억 9700만 대까지 하락하며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시장 성장세는 2.1%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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