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지분' 담보 포함…태영 890억 지각완납

회장 딸에 지분 맡기고 330억 빌려
채권단 "30% 담보 받아야" 압박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전액을 태영건설에 납입했다. 대통령실과 금융 당국까지 압박에 나서면서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의 선결 조건을 다급히 이행한 것이다. 금융 당국과 채권단은 핵심 계열사인 SBS와 총수 일가 지분 출연 등 자구책을 더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총수 일가인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보유한 SBS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이를 태영건설에 지원함으로써 SBS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8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오전 태영건설에 890억 원을 추가 지원했다. 이는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때 내놓기로 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549억 원) 중 미납한 금액이다. 태영그룹은 약속을 깨고 매각 대금의 일부인 659억 원만 지원했는데 당국이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급하게 나머지 돈을 내놓았다.


태영그룹은 기존에 제출한 다른 자구안도 모두 이행하겠다고 채권단에 전했다. 태영그룹이 제시했던 자구안은 △에코비트 매각 및 매각 대금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이다. 채권단은 11일 1차 채권단협의회 전까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할 것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태영그룹의 입장 변화에 대체로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지만 사주 일가가 보유한 SBS 지분 30%를 담보로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거시경제 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고 태영그룹에 추가 자구안을 요구했다. 다만 이날 티와이홀딩스는 윤세영 창업회장의 딸인 윤 블루원 대표에게 SBS 주식 117만 2000주를 내년 7월 8일까지 담보로 제공하고 330억 원을 빌림으로써 SBS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워크아웃 논의가 시작될 여건은 만들어졌지만 채권단 사이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조율하는 과정이 남았다. 특히 지금까지 논의를 이끌어오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은행권이 갖고 있는 태영건설의 채권이 전체의 절반이 채 안 되는 33.44%에 불과해 증권사를 비롯한 나머지 채권자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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