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아닌 자동차 기업"…아직 조심스러운 현대차[블록체인 열풍, 그 이후]

출처=셔터스톡

※편집자 주 - 2017년부터 불어닥친 블록체인 열풍에 국내 주요 기업들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수년이 흐른 시점에서 디센터는 <블록체인 열풍, 그 후>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들이 그동안 어떤 블록체인 전략을 펼쳤는지, 그리고 결과는 어땠는지 중간 점검한다는 취지입니다. 앞서의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가 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자동차는 블록체인의 ‘무결성’과 ‘보안성’을 자동차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검토했다. 최근에는 대체불가토큰(NFT)과 ESG(경영·사회·지배구조) 열풍에 맞춰 다양한 전략을 꾀하기도 했다. 다만 현대차는 아직 조심스럽다. 규제와 산업이 무르익지 않은 새로운 영역인 만큼 효과를 확실히 검증한 사업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비용 절감 가능하지만…"기존 산업 대체 어려워"

현대차는 지난 2018년 ‘블록체인 기반 보안 서약서 관리 시스템’을 시작으로 일찍이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을 사내 임직원 서약서 관리 시스템에 우선 적용하고 자동차 산업으로 확장하려 했다. 현대차의 시스템 통합 전문 자회사 현대오토에버가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을 구축하고 차량 생애주기 관리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중고차 판매 이력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비즈니스 복잡도가 매우 높아 블록체인 기술로 비용 절감·업무 효율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대차가 주력으로 내세웠던 ‘커넥티드카’에도 블록체인을 적용, 해킹으로부터 보안을 높인다는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가능성’만 보고 뛰어들 수는 없었다. 급부상한 신기술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다. 그 결과 블록체인 서약서 관리 시스템을 제외하고 논의했던 사업 대부분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블록체인의 이점을 충분히 검토 후 기술 효과성이 검증된 부분에만 사업에 적용했다”며 “블록체인을 도입할 환경은 갖췄지만, (블록체인) 직접 사업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FT 광풍 합류…커뮤니티 기반 고객 유치

그래도 현대차의 도전은 계속됐다. 지난 2022년 NFT 열풍이 불자 완성차 기업 최초로 NFT 시장에 진출,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NFT 발행 플랫폼으로 채택했다. 글로벌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국내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다. 현대차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현대차의 전기 자동차 ‘아이오닉’의 이미지가 NFT로 발행됐으며 전시회를 개최해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현대차는 NFT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디스코드와 X(옛 트위터) 등을 통해 NFT 보유자(홀더)와 꾸준히 소통하며 혜택도 제공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시 NFT가 주목받던 시기라 젊은 세대에 브랜드를 알리려 커뮤니티 기반 NFT를 발행했다”며 “당사의 미래 기술 비전을 재밌게 경험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했다”고 전했다.


“신기술 약점도 있어…효과 검증된 사업만”

현대차는 지금도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협력사의 탄소 배출 이력 관리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탄소 감축 활동을 지원했다. 블록체인으로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인증기관의 ESG 평가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멤버십 포인트·결제 등에도 블록체인을 더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블록체인 기술의 효과가 검증된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은 여전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는 자동차 비즈니스가 중심이며 블록체인은 사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적인 요소로 본다”며 “블록체인·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신기술은 장점이 아닌 약점도 갖고 있기에 충분히 검토하고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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