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양향자·금태섭 모였다…제3지대 '빅텐트' 불붙나

양향자 출판기념회 동반 참석
'양당 기득권 깨는 정치' 역설
연대 시사했지만 실제 첩첩산중
이낙연 "원칙과상식, 협력할 것"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오른쪽부터) 전 국민의힘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9일 한자리에 모여 제3지대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며 ‘빅텐트’ 현실화를 시사했다. 올해 4·10 총선을 앞두고 각자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들은 거대 양당 기득권 구조 타파를 재차 역설했다. 오는 11일 이 전 총리의 탈당과 신당 창당이 본격화함에 따라 제3지대 빅텐트 논의도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와 이 위원장, 금 대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거대 양당 구조 타파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이들은 서로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국민의힘 전직 대표인 이 위원장은 이미 제3지대로 이동했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이 전 총리는 제3지대로 나올 예정이어서 이들의 만남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탈당해 개혁신당 창당을 선언했고 이 전 총리는 11일 민주당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축사에 나선 이 전 총리는 제3지대와 관련해 “양당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 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주저앉겠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우리가 다 모였다”고 밝혔다. 제3지대의 주요 세력이 한 자리에 모인 곳에서 연대를 시사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이어 “양 대표를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실업(實業)’, ‘신념’, ‘도전’”이라며 “항상 도전하는 인생이 바로 양 대표다. 새로운 정치 구도를 만드는 데 양 대표의 도전의식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서도 “(제3지대 세력과) 협력의 방식이 무엇이냐는 건 앞으로 드러날 것”이라며 “협력을 해야 한다는 원칙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양 대표의 모든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며 양 대표와의 적극적인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과학기술과 미래 동질성만으로도 저흰 이미 같은 꿈을 가질 수 있는 동지 자격을 넘어섰다”며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양 대표와 함께 그려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도 출판기념회 후 취재진을 만나 “이 위원장이 가진 가치와 철학과 비전이 맞는 부분이 완벽하게 되면 함께 할 것”이라며 “이 전 총리, 금 대표와도 함께 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금 대표는 “분노를 넘어 대화, 통합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 자리에 모인 이 위원장, 이 전 총리, 양 대표와 함께 서로 돕고 경쟁하며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만남으로 빅텐트 실현 가능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내외를 기록하는 중도층의 지지율을 묶을 수 있다면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이 위원장과 이 전 대표는 양극단의 정치에 고개를 돌린 유권자들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연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두 사람도 이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다만 제3지대 빅텐트 성사 또는 순항 여부는 불투명하다. 각자 세 불리기 작업부터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9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상적인 총선 시즌에는 1월 20일경부터 공천이 시작된다”며 “(20일까지 열흘 남짓 남았는데) 그 사이에 이 전 총리가 주도하는 세력이 창당을 마무리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전 총리도 앞서 이 위원장과의 ‘낙석연대’ 가능성에 대해 “그 조어(낙석)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받아들이기 싫다”며 “지금은 그 논의를 먼저 꺼낼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배경이 다른 이 전 총리와 이 위원장이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위원장은 반윤(반윤석열), 이 전 대표는 비명(비이재명) 깃발을 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연대를 실현할 매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만 양측 모두 빅텐트 구상을 닫지는 않아서 양 대표나 금 대표 등 제3세력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는 상태다.


한편 민주당 내 비주류 모임 ‘원칙과상식’ 의원들의 합류 여부도 관심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을 요구해온 원칙과상식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할 계획이다. 원칙과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 탈퇴한다면 이 위원장, 이 전 총리를 포함한 신당 창당 추진 세력을 묶어 세우는 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총리도 이날 취재진을 만나 “(원칙과상식과)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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