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잘파 세대가 한류 즐기는 방법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45인승 대형버스 5대가 ‘세종학당 우수 학습자 초청 연수’에 참가한 학생들을 조용한 경상북도 영주에 왁자지껄 풀어놓는다. 선비촌과 소수서원에 도착하자 학생들의 휴대폰 카메라가 바빠졌다. 죽계수와 소나무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자리한 소수서원, 그리고 조선 시대 마을이 재현된 이국적인 선비촌이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서 순식간에 ‘핫플레이스’가 된다. 브이로그로 찍힌 영주 일정은 단숨에 조회 수 3만 5000회를 넘긴다. 잘파만의 문화 향유 방식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잘파’가 오고 있다. 사실 잘파는 와 있었다. 잘파의 거침없는 활동이 목격되고 영향력이 체감되기 시작했다는 게 더 맞다. 잘파세대란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를 통칭한 말이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자란 덕택에 이들에게 디지털 세상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다. 물론 잘파의 구성원이라고 똑같지는 않다. 알파세대라는 용어를 세상에 내놓은 미래학자 마크 맥크린들의 말대로, 알파세대는 그들의 밀레니얼 부모들 덕분에 동영상 플랫폼과 소셜미디어에 일찍 노출됐고 인공지능(AI)에게서 말을 배웠으며 아이패드를 끼고 태어난 세대라는 거다. 어린 시절 유튜브를 본 적 없던 Z세대와의 차이가 짐작된다.


이들 잘파세대는 그러나 디지털이 평범한 일상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헤이 시리’ ‘오케이 구글’에 친숙한 잘파는 쇼트폼과 같은 짧은 동영상을 소비하고 제작하는 일에도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한 기성세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감각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말 세종학당재단이 외국인 홍보 대사와 함께 제작한 쇼트폼은 업로드 9일 만에 100만 뷰를 아무렇지도 않게 도달해 버렸다.


지난해 12월 세종학당재단은 우수 학습자 사례집 ‘꿈’ 창간호를 발간했다. 10~20대가 대다수인 세종학당 학생들의 잘파다운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반짝이는 꿈들이 여럿 실려 있다. 온라인 잡지 운영자나 전문 유튜버, 인터넷 잡지 기자,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팟캐스터, 한국어 교육용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글로벌 잘파 인플루언서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한류 즐기기를 시작했다.


잘파의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온라인 상호작용에 익숙한 잘파세대는 온라인 화상 수업과 교육용 메타버스를 즐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온라인 세종학당 수는 8만 8000명으로 전년도 대비 44%의 극적 증가세를 보였고 메타버스 세종학당도 151개국, 7만 5000명이라는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그들만의 방법으로 한류 즐기기, 잘파세대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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