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시판되고 있는 생수 1병 안에 아주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약 24만 개가 들어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베이잔 얀 미국 컬럼비아대 라몬트-도허티 지구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인기 생수 브랜드 3종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공개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통상 1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5mm의 플라스틱을 일컫는다. 마모되거나 태양광 분해 등에 의해 잘게 부서지며 생성된다. 크기가 작아 하루처리시설 등에 걸러지지 않고 바다와 하천으로 유입된다. 이를 먹이로 오인한 물고기가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다시 인간이 이 물고기를 먹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물고기 외에도 토양이나 식수 등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침투하고 있어 생각하는 것보다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 중에서도 10억분의 1m인 ㎚(나노미터) 크기에 가까운 플라스틱이 생수에 얼마나 들어있는지 분석했다.
이전에는 검출이 힘들었던 나노 크기급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하기 위해 ‘라만 분광’ 현미경 기술을 활용했다. 이 기술은 레이저를 두 방향에서 쏘고 특정 분자가 만나면 진동하는 것을 감지한다. 레이저 빛이 물질에 부딪히면 물질의 고유 에너지에 따라 빛의 에너지가 변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그 결과 1ℓ짜리 생수 1병에는 평균 24만 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에 따라 최소 11만 개 최대 37만 개의 입자가 검출됐다. 이는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의 수를 따졌을 때보다 최소 10배, 최대 100배 많은 수치다.
연구팀은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이 물을 병에 담기 전에 정수하는데 사용되는 플라스틱 필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뚜껑을 열거나 닫을 때, 페트병이 열에 노출될 때 등에서도 입자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학계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은 입자가 작을수록 독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세포막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산화방지제 같은 첨가제가 다량 들어가 있어 몸안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또 해양 환경에서 주변 오염물질을 흡착할 수도 있다. 산업 농업에서 사용되는 중금속이나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피렌 등 독성물질이 흡착된 미세플라스틱이 세포막을 뚫어 침투하면 신경계나 면역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얀 교수는 “입자가 작을수록 우리 몸 속으로 들어가기 쉽다”며 “나노 크기 미세플라스틱은 너무 작아 장과 폐를 통과해 직접 혈류로 들어가 심장과 뇌를 포함한 장기로 이동할 수 있기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더 많은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