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와 메모리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005930)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4.9% 급감한 6조 5000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6조 319억 원) 이후 가장 낮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조 8000억 원으로 3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띤 만큼 추세적 상승 흐름을 확인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D램은 4분기에 흑자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67조 원, 영업이익 2조 8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9일 공시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258조 2000억 원, 영업이익 6조 5000억 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4.58%, 영업이익은 35.03%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으로는 사상 최초로 기록한 300조 원대 연 매출도 다시 200조 원대로 내려갔다.
실적 한파의 가장 큰 원인은 핵심 주력 사업인 반도체(DS) 부문의 부진이다. 삼성전자는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DS 부문이 4분기에 2조 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DS 부문에서 약 14조 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4분기 적자 규모는 조 단위 이상 크게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D램은 4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멈추고 4분기에 흑자로 전환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D램은 4분기에 흑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등 신호가 확연한 만큼 삼성전자 전반의 실적도 올해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흐름은 뚜렷하다. 지난해 1·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6000억 원대에 머물렀지만 3분기에는 2조 4300억 원으로 개선된 데 이어 4분기에 또다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스마트폰과 TV·가전 사업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4분기에 2조 원대 중반대의 흑자를 낸 것으로 예측된다. 증권 업계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도 2조 원대의 호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