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를 찾은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미래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밝히고 잠재적인 협력사를 물색하는 등 개막 전부터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래 세대를 위한 수소사회의 전환을 강조하며 그룹의 비전을 설파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첫 일정으로 독일 기업 지멘스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은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컨벤션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수소는 저희 대가 아니고 후대를 위해 준비해놓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이즈 에브리 웨이(Ease every way)’를 주제로 한 현대차의 발표도 차분하게 지켜봤다. 현대차는 이날 ‘수소’와 ‘소프트웨어’를 핵심으로 하는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정 회장은 “오늘 (현대차)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앞으로 두 개(기아·슈퍼널)가 있다”며 “모빌리티는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도 있고 슈퍼널의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도 보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빌리티에 소프트웨어 등 IT 기술을 접목한 것과 관련해 “우리가 안전을 위해 IT를 많이 접목하는데 갈 길이 아직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CES 2024 첫 일정은 지멘스의 기조연설 참관이었다. 최 회장은 지멘스 기조연설장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지멘스의 키노트를) 한번 들어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지멘스와의 협업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SK는 2016년 지멘스와 스마트팩토리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은 바 있다.
지멘스는 기조연설에서 산업용 메타버스 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신제품을 소개했다. 소니부터 레드불레이싱·언리미티드투모로·블렌드허브 등 파트너사들을 차례로 무대로 불러 구체적인 협업 사례를 시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는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을 동시에 하는 기업인데 (이런 사업구조는)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지멘스와의 추가 협력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