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출생아 수가 100명도 안 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출생아가 100명 미만인 지자체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34개(14.9%)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간 출생아 100명 미만인 지자체는 2013년 2개에서 10년 만에 무려 17배나 급증했다. 경북 영양, 경남 합천, 전남 구례는 정부의 출산 지원 정책에도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8~10배가량 더 많았다. 출산율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지역 소멸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3분기에 0.7명으로 하락하는 등 더욱 심각해진 저출산은 국가뿐 아니라 지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엄중한 문제로 등장했다. 저출산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이어져 지역 경제의 성장 동력을 꺼트리게 된다. 또 의료·교육·교통 등 생활 인프라 부족 문제가 가중되면서 지방의 출산율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지방의 낮은 출산율은 지역 내 부동산 가격 하락을 초래하고 수도권·지방의 부동산 가격 양극화도 심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최근 기존 1주택자에게 인구감소 지역 내 주택 한 채를 신규 취득할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해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지역 경제 위기 심화를 막기 위한 조치다.
지역 소멸을 막으려면 중앙정부가 인구절벽 문제 해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가운데 각 지자체들이 출산율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5년에 걸쳐 1000만 원의 출산·육아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을 실시해 지난해 출생아 증가율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한 충청북도의 정책도 참고할 만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또 지역 경제 발전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주거 문제 해결 등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해가야 할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향한 20대 청년층이 60만 명에 육박한 것도 양질의 일자리 때문이다. 정부는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균형 발전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수도권의 과도한 규제를 혁파해 수도권과 지방이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