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066570) 최고경영자(CEO·사장)가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처음 선보인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LG 알파블’에 대해 “2~3년 내에 차에 장착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출범 10년 만에 연매출 10조 원을 넘기며 주력 사업 반열에 올라선 전장 사업에서 유의미한 고객사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조 CEO는 9일(현지 시간) CES 2024가 개막한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알파블을 공개한 후 완성차 업체들이 계속 부스를 찾고 있고 앞으로도 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알파블은 LG전자가 2022년 CES에서 공개한 ‘옴니팟’에 이어 2년 만에 공개한 새로운 모빌리티 솔루션이다. 인포테인먼트 기술부터 차량용 조명(ZKW)·디스플레이·가전 등 LG전자의 총역량이 집결됐다. 예를 들면 필요·목적에 따라 소형 가전 모듈을 추가할 수 있고 게임용 조이스틱이나 올레드 스크린이 장착돼 개인 취미를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다. 다만 아직 정식 제품이라기보다는 콘셉트 제품 성격이 강하다.
조 CEO는 LG 알파블의 상용화 시점에 대해 “가전 등 컨슈머 사업을 하는 업체만이 가지는 깊이 있는 이해에 대해 (고객사들이) 동의를 하게 되면 그때부터 공동 개발에 들어갈 수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2~3년 내 자동차에 장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 사업에 대한 야심은 조 CEO의 행선지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파나소닉 부스를 방문해 배터리 솔루션, 일본 자동차 브랜드인 인피니티와의 전장 협업에 대한 성과를 유심히 관찰했다. LG전자 부스에서는 부스투어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직원들과 알파블 솔루션의 개선점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LG전자 전장(VS)사업본부는 지난해 연매출 10조 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의 명확한 캐시카우이자 비즈니스 모델 전환의 중심으로 전장 사업이 자리 잡은 것이다. 완성차 업계에서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LG전자도 알파블을 비롯한 전장 솔루션 분야에서 빠른 수주 확대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빅테크들도 이날 앞다퉈 미래 모빌리티 활용상을 공개했다. 세계 1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인 퀄컴은 현대차 바로 옆에 부스를 열고 자동차에서 생성형 AI 도입을 지원하는 맞춤형 시스템온칩(SoC)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를 공개했다. 모바일 반도체 설계 강자의 입지를 차량용까지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하만 인수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으로 전장 제품 전시관을 마련해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기술인 ‘레디 비전’을 공개했다. LG디스플레이는 화면이 차 천장에 말린 상태로 숨겨져 있다가 아래로 펼쳐지는 ‘슬라이더블 OLED’ 제품을 선보였다.
완성차 업계의 시도도 눈에 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CES에서 인간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고지능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자동차가 운전자와의 대화를 통해 데이터를 쌓고 상황에 맞는 제안을 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교통 상황에 따라 일정에 늦을 것으로 예상되면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도록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