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공감"…태영 워크아웃 '청신호'

산은, 1·2금융권 불러 막판 설득
추가 자구안에 대부분 긍정 반응
11일 찬반투표 무난히 통과할듯

태영건설 주요 채권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산업은행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개시 여부 결정을 하루 앞두고 산업은행이 새마을금고·여신금융협회 등 2금융권까지 불러 모아 막판 설득 작업에 나섰다.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 계획에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진 가운데 주요 채권자들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사실상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10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태영건설 주요 채권자 회의를 개최하고 태영그룹의 태영건설 추가 자구 계획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전날 태영그룹은 기존 네 가지 자구 계획에 더해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미디어넷 지분 95.3%와 DMC미디어 지분 54.1%를 담보로 리파이낸싱 또는 후순위 대출을 받고 기존 담보대출 760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다. 또 자구 계획들의 이행이 지연되거나 향후 태영건설에 추가로 유동성 부족 문제가 발생하면 계열주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 25.9% 및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36.3%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산은 측은 “채권단은 이러한 자구 계획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및 기업 개선 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제1차 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될 경우 자구 계획을 바탕으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을 모았다”고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그간 채권단 회의는 산은과 주요 은행들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나 이날은 제2금융권까지 참여해 공통된 의견을 모았다는 점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해석된다. 워크아웃이 성사되려면 채권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태영건설의 경우 산은을 포함한 주요 은행 채권자들이 가진 의결권이 약 33.4%에 불과해 캐피털사나 신협·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이 반대하면 워크아웃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에 산은은 이달 5일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 및 은행연합회끼리만 개최한 주요 채권자 회의를 이날 새마을금고·농협·신협·저축은행중앙회 및 여신금융협회로까지 확대했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으면서 워크아웃 개시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한 채권 보험사 관계자도 “보험 업권 역시 발표된 추가 자구 계획에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채권단은 “주요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자구 계획의 특성상 계획 이행이 지연돼 실사 기간 중 부족 자금이 발생할 가능성을 논의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해가기로 했다”며 “실사 과정에서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 계획 중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11일 제1차 협의회에서 결정되며 성사 시 12일부터 4월 11일까지 세 달 동안 기업 실사가 진행된다. 만약 1차 협의회에서 반대표가 25% 넘게 나올 경우라도 바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1차 회의에서 부결되더라도 채권단이 대상 기업에 추가 자구 계획을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협의를 한 뒤 채권자들의 의견을 묻게 된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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