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 업체인 파나소닉이 현대차그룹을 향해 ‘전장 협업’ 구애에 나섰다. 자동차 오디오 등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전장 사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특히 미국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높다는 점에서 양 사의 협업을 통한 ‘윈윈’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묻어 있다.

구스미 유키 파나소닉 최고경영자(CEO)는 9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현대차·기아에 파나소닉의 차량용 프리미엄 오디오·스피커 시스템 적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협력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와서 보니 한국 기업들의 (역량이나 기술력이) 대단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기차와 고급 자동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카오디오 시스템 적용도 확대할 계획임을 나타냈다. 파나소닉은 8일 CES 2024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일본의 닛산 인피니티 2025년형 ‘QX80’에 자동차 오디오·스피커 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임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 적용 사례(차량)를 늘릴 것”이라며 “전기차와 고급 브랜드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구스미 CEO는 파나소닉 부스에서 자사의 자동차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된 미국 피스커의 전기차 ‘오션원(Ocean One)’에도 직접 탑승해 음악을 들어보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차에서 내린 뒤 “좋다(It's good)”며 만족감을 보였다.

파나소닉이 국내 자동차 업계와의 ‘전차 동맹’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카오디오 등 전장 산업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은 전 세계에서 오디오 시스템과 카메라 렌즈 등 전자 장비 분야의 강자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029년까지 글로벌 전장 산업의 시장 규모는 연평균 14%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의 높은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고려할 때 협업이 현실화될 경우 파급력도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165만 2821대로 전년 대비 12.1%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