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투자가들이 올해 배당을 늘릴 것으로 기대되는 우선주들을 투자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5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005930) 우선주(삼성전자우(005935))를 593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이 기간 삼성전자 보통주를 1960억 원 팔아치운 점을 감안하면 유독 우선주만 쓸어담은 셈이다. 외국인은 또 같은 기간 현대차(005380)와 삼성전기(009150)에 대해서도 보통주는 각각 517억 원, 78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우선주만 18억 원, 1억 원씩 사들였다.
외국인들이 최근 우선주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주총에서 주주 환원 정책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은 없지만 이익 배당 측면에서는 우선권을 갖는다.
실제로 투자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삼성물산·SK 등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만큼 대기업 상당수가 이번 주총에서 보다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4월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배당 성향 25% 이상을 유지하고 향후 3년간 기보유 자사주를 1%씩 소각할 계획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추후 3년간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새로운 주주 환원 정책을 이달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주의 가격이 보통주보다 저평가됐다는 점도 외국인 자금이 몰리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우선주 주가는 보통주의 30~60% 수준에 형성돼 있다. 주가 흐름도 좋아서 올 들어 전날까지 현대차 주가가 8.80% 내리는 동안 현대차우(005385)의 하락 폭은 3.79%에 그쳤다. 삼성전자우·삼성전기우(009155)·LG생활건강우(051905)·LG(003550)화학우·SK이노베이션우(096775) 등도 최근 보통주보다 주가가 더 오르거나 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연말에 주가가 오르지 못한 우선주는 저가 매수할 만하다면서도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현대차 등 올해 배당을 늘릴 것으로 기대되는 우선주의 투자가치가 높아졌다”며 “일부 우선주는 주식 수가 적어 주가 변동성이 크고 단기 차익을 노리는 작전 세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