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방식도, 살고 싶은 삶의 지향성도 다 다를 텐데 이를 모두 아파트로 가둬 놓는 건 아닌지 싶습니다. 지금까지 공급은 공급자 중심의 아파트로 되고 있는 게 현실인데 수요자 중심 공급의 작은 시도 중 하나가 협동조합주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화바람언덕 협동조합주택’의 건축가인 윤승현 중앙대 교수와 송민준 건축사사무소인터커드 대표는 최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인터커드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강화바람언덕은 다소 생소한 ‘협동조합방식’으로 시행된 마을(주택단지)이다. 윤 교수는 “협동조합 방식은 맞춤형 거주 공간을 마련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조합을 꾸리고 이를 통해 부지 물색부터 예산 마련 방법, 설계와 공사 품질 및 세제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각자 꿈꾸는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부동산 가치 수익도 온전히 조합원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인터커드는 2014년 10월 준공된 첫 협동조합주택인 ‘구름정원’ 작업도 진행한 바 있다.
조합원 중심인 만큼 아파트와 달리 설계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을 주민들이 결정한다. 송 대표는 “조합원들과 긴밀한 논의를 거쳐 설계의 단서를 찾아갔다”며 “여타 프로젝트보다 설계 기간이 길 것이라는 감은 있었지만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이어 “주민들이 집 앞에 승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불편함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마을 환경을 갖추는 것이 이득이라 공감했고, 담장이 없지만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다는 믿음과 동의가 있었기에 이 같은 설계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두 설계자가 마을을 구상하며 각별히 신경 쓴 부분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송 대표는 “정 붙일 수 있는 마을이 좋은 마을이라 생각하는데 애정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며 “작은 차이가 구분이 되고 이를 나의 것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생각해 주민들이 원하는 디테일을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만들어진 애정 어린 공간을 이웃과 함께 공유할 수 있을 때 소속감이 생긴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마을 초입에 위치한 지역 도서관을 사례로 들며 “건강한 사회(마을)가 되려면 닫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물리적 공간이 사회를 형성하는 기틀이 되는데 공공 공간을 통해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사회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다양한 마을이 유지되도록 정부가 힘쓸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윤 교수는 “다양하고 고유한 마을은 태생적으로 세대가 단절된 아파트의 대안이 된다”며 “도심에서 마을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복지, 문화, 휴식 공간 등 마을에 애정을 품을 수 있도록 기반 시설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