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004990) 미래성장실장이 9일(현지 시간) 개막한 ‘CES 2024’에서 인공지능(AI)과 헬스케어를 콕 짚어 집중적으로 둘러봤다. 그룹의 미래 신성장 동력을 AI·헬스케어에서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 실장은 지난해 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한국 롯데에 본격 데뷔하며 그룹의 신사업 발굴이라는 특명을 받았다. 신 회장도 올해 ‘AI 트랜스포메이션’ 대응을 각별히 주문한 만큼 CES에서 관련 기술을 직접 챙기고 새로운 성장 엔진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신 실장은 이날 오전에는 롯데정보통신을 비롯해 AI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전시관을 주로 방문했고 오후에는 모빌리티와 헬스케어 전시관을 찾았다.
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 전시관에서는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쓴 채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체험했다. 김동규 칼리버스 대표의 설명이 시작되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하는 등 설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돌 그룹 엔믹스의 공연이 나올 때는 “눈앞에서 보는 느낌”이라며 “무대가 가깝게 보여 (직접) 콘서트를 가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강현실(AR) 글라스 제조사인 엑스리얼 부스에서는 ‘에어2 울트라’를 직접 써보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소니가 만든 전기차 ‘아필라’를 유심히 살펴보며 흥미를 보였고 파나소닉 전시관에 대해서는 “지난해보다 재밌다”고 언급했다. 소니 부스에서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도 찍었다.
신 실장이 이번 CES에서 AI와 헬스케어 기술에 집중한 것은 그룹 차원의 신사업 육성 계획과도 맞닿아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5년간 37조 원을 투입하고 헬스앤웰니스와 모빌리티, 지속 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신성장 테마를 주축으로 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AI 혁신을 최대 화두로 던졌다. 그는 “AI 트랜스포메이션을 한 발 앞서 준비한다면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생성형 AI를 비롯해 다양한 부문에 기술 투자를 강화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롯데만의 효과적인 AI 기술을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사업 발굴은 신 실장의 차기 후계자로서의 경영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첫 관문이기도 하다”며 “기존의 유통을 넘어 바이오와 같은 확실한 새 먹거리 발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