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현근택 부원장이 지역 정치인의 여성 비서에게 “같이 사냐” “너희 부부냐”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측근인 정성호 의원과 문자메시지로 현 부원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공천 부적격’으로 결론 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배제)’ 하는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정 의원의 지적에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총선 예비후보자의 막말에 대해 엄중 처벌을 하기는커녕 외려 감싸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대표는 뒤늦게 현 부원장에 대한 당 차원의 윤리 감찰을 지시했지만 이미 ‘공천 적격, 엄중 경고’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오죽하면 당내에서조차 당 대표가 당헌·당규를 초월해 모든 것을 결정하는 ‘1인 사당(私黨)’으로 전락했다는 탄식이 나오겠는가.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민주당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거대 야당 인사들의 막말과 지도부의 내 편 감싸기는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민주당은 지난해 “암컷이 설친다”는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최강욱 전 의원에게 당원 자격 6개월 정지라는 ‘징계 쇼’를 내렸을 뿐이다.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은 “미래가 짧은 분들”이라며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켰고 송영길 전 대표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어린 놈”이라고 조롱했다.
이 대표는 10일 흉기 피습 8일 만에 퇴원하면서 “전쟁 같은 정치를 종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진정 혐오 정치의 확산을 막겠다면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키는 당내 인사들의 막말 퇴치에 앞장서야 한다. 능력과 자질·도덕성에서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해 정치권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막말 재발도 막고 극단적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정치를 정상화할 수 있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여야와 제3세력 모두 진흙탕 정쟁을 멈추고 미래 비전과 가치, 정책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