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 비상벨은 엉뚱벨?…경기도서 눌렀더니 "전북지방경찰청입니다"

경기도, 시·군 관리 실태 현장 점검에서 부적합 사례 '무더기'



경기도 공중화장실 비상벨 점검 결과. 그래픽 제공 = 경기도

성폭력 등 위급 상황에 발생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 비상벨이 상당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할 경찰서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연결되는 문제도 확인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1월 27일까지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공중화장실 비상벨 관련 설치 조례 개정과 유지관리 실태 점검을 실시한 결과 239건의 부적합 사례를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점검은 2021년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시장·군수가 안전관리시설의 설치가 필요한 공중화장실 등을 정하는 내용을 조례에 반영해 2023년 7월 21일부터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는 각 시·군의 공중화장실 관련 조례 개정 여부와 비상벨 정상 작동유무, 유지관리 실태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또 2개 시·군을 임의로 선정해 비상벨이 설치된 공중화장실 93곳(용인시 63곳, 동두천시 30곳)에 속한 남·녀·장애인 화장실 각 136개를 대상으로 도민감사관과 함께 불시 현장점검을 했다.


비상벨은 긴급상황 발생 시 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 버튼을 누르거나 “살려주세요”와 같은 특정 단어가 인식될 경우 강력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외부에 설치된 경광등이 점멸되면서 경찰서 112상황실과 음성통화를 통해 즉각적으로 범죄나 안전사고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현장 점검에서는 총 136개 중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가 26건이나 확인됐다. 이 중 전원이 꺼져 있거나 경찰 또는 관리기관에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도내 경찰관서가 아닌 전북지방경찰청으로 연결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파악됐다.


더불어 136개 중 음성인식이 가능한 88개 비상벨을 대상으로 소음측정기를 이용해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라는 외침에 작동한 데시벨을 측정한 결과 힘껏 소리를 질러 100데시벨이 넘었는데도 작동하지 않거나 100데시벨 초과에서만 작동한 경우가 총 45건에 이르렀다.


이 밖에 △양방향(경찰관서와 직접 통화 가능) 비상벨 미설치 26건 △비상벨 설치 장소 부적정(대변기 칸막이 내 미설치) 7건 △경광등·경고문·보호덮개 미설치 126건 △경광등 고장 9건 등 총 239건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도는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음성인식 비상벨의 이상음원 감지 기준을 적정하게 설치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줄 것을 건의할 계획이다. 또한 시·군별 예산 상황에 따라 여자 화장실에만 비상벨을 설치하거나 오작동 방지 보호덮개 등 일부 부속품을 설치하지 못한 사례가 확인돼 이 부분에 대한 국비 지원도 건의할 계획이다. 현재는 도와 시군이 예산을 부담하고 있다.


최은순 경기도 감사관은 “빈번한 범죄 발생으로 안전 사각지대로 인식되고 있는 공중화장실에서 비상벨은 도민을 범죄와 안전사고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예방책”이라며 “이번 감사를 계기로 도내 모든 공중화장실 비상벨이 철저히 관리될 수 있도록 31개 시군에 사례를 전파하고, 앞으로도 도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감사를 계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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