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에 위치한 계열사 CJ올리브영 본사를 찾아 직원들을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올리브영의 실적을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안주에 대한 경계감과 글로벌 도약을 주문했다. 이 회장이 60여 개 계열사 중 올리브영을 새해 첫 현장경영 대상으로 택한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단연 올리브영의 고무적인 실적 성장세를 꼽는다. 올리브영은 지난 해 3분기에 매출 1조5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1조원을 넘긴 것이다. 지난 해 전체 매출 역시 3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분기 매출 신기록 외에도 고무적인 건 온라인 부문의 성장세다. 3분기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이 25.9%(2591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역시 회사 설립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게다가 3분기 실적 결산과 함께 올리브영은 사실상 온라인 부문 연매출 1조 시대도 열었다. 통상적으로 올리브영이 연말 결산 세일을 통해 4분기에 가장 많은 매출을 일으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 한 해 동안 온라인 매출 1조 돌파는 사실상 확정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 역시 이처럼 올리브영이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 성장까지 이뤄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 회장은 이날 직원들을 만나기에 앞서 경영진들을 먼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올리브영이 거둔 성과에 대해 ‘의미’를 담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올리브영은 다가올 위기에 미리 대비해 온리원(ONLYONE) 성과를 만든 사례”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O2O(Online to Offline) 역량 강화,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시장 재확대에 따른 성공적 대비 등 미래의 위기를 미리 대응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 회장은 “단순히 실적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사업을 준비하고 일하는 방식이 그룹의 다른 회사도 배워야 할 모범”이라고 했다.
올리브영이 지난 해 과징금 이슈를 털고, IPO(기업공개), 동반성장, 글로벌 진출 확대 등 추가 성장을 도모할 기획를 잡았다는 점도 이 회장이 올리브영을 새해 첫 현장경영 목적지로 고르게 된 이유로 보인다. 올리브영은 지난 해까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등의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최대 리스크로 짊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예상과 달리 올리브영이 시장 독과점 지위에 있었다고는 판단하지 않았고, 행사독점 강요 등만을 이유로 19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부과 조치로 사안을 종결했다.
이에 올리브영은 3000억 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조성해 중소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식으로 새로운 성장 방향성을 설정했다. 특히 ‘상생’은 이 회장이 각별히 강조하는 경영 키워드로, 올리브영은 그룹 전체에 상생 경영의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리브영이 한류의 주축 중 하나인 K뷰티의 성장의 궤도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도 이 회장의 시선을 끈 것으로 보인다.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2010년대 초중반 연 2조~3조원 대에에서 지난해 약 11조원으로 늘었다. 이웃국 일본에서는 한국 화장품이 프랑스를 제치고 수입 화장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올리브영 협력사로 시작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해외 진출에도 성공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울러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은 방한 외국인들의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이런 점 때문에 11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부진 한국방문의해위원장이 2024 코리아그랜드세일이 개막한 11일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을 함께 둘러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는 어느새 CJ그룹의 정체성의 일부가 됐다”며 “영화와 드라마, 식품 등에 이어 뷰티 한류 확산에서도 중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올리브영의 역할을 이 회장이 주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