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에 인공지능(AI) 연구원만 100명 가까이 됩니다. 이제 가시적인 성과도 나올 것입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10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해 말 그룹의 AI 조직을 통합했다”며 전사 역량을 바탕으로 AI 시대에서 앞서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부회장은 이날 CES 역사상 처음으로 건설기계 분야의 기업 대표로서 기조연설을 맡았다. 그는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을 주제로 건설 현장에 미래 기술을 도입해 인류의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겠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식량과 보건·환경·기술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안전과 관련된 모든 측면이 건설 방식과 연관되기 때문에 이를 혁신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바꿀 수 없다”며 건설업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한 솔루션으로 AI 기반의 무인 자율 작업 장비 플랫폼 ‘X와이즈’와 건설 장비들을 연결해 최적의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X와이즈 사이트’를 공개했다.

처음으로 오른 기조연설 무대에서 건설기계 신제품이 아닌 AI를 활용한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더 이상 과거의 하드웨어 기반 장비 제조업체에 머물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두 가지 혁신 기술은 우리 사업의 본질이 소프트웨어 제공 기반 솔루션 업체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자체 AI 인력은 물론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역사적인 변화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HD현대와 파트너십을 맺은 구글클라우드는 이날 정 부회장의 기조연설에 등장해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필립 모이어 구글클라우드 부사장은 “건설 산업의 발전에는 집단 지성 구축이 필수적인데 개방형 생태계를 추구하는 X와이즈 사이트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언어 모델인 제미나이를 사용해 건설에 특화된 AI를 X와이즈 사이트 내에 구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HD현대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무인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수주 확대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우디는 미래 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를 구상하면서 혁신적인 솔루션 도입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며 “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HD현대의 최대 파트너로 1970년대부터 끈끈한 유대 관계를 쌓아왔다. 지난해에만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 사우디아라비아와 약 800대의 공급계약을 맺었다. 정 부회장의 기조연설에도 사우디아라비아 관계자가 깜짝 등장하며 HD현대의 무인 솔루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다 알라무드 사우디 산업자원부 국제관계 자문위원은 “CES에서 보여준 HD현대의 혁신 기술과 비전은 사우디 비전 2030 추진 속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