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올 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을 바꿀 수 있는 ‘조커’다. 고질적인 공정 도입 지연과 무기한 제품 출시 연기, 이로 인한 점유율 하락세로 그동안 인텔에 등을 돌리던 투자자가 늘어났지만 지난 연말 신규 노트북 중앙처리장치(CPU)인 ‘메테오 레이크(Meteor Lake)’ 출시를 발판으로 부활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메테오 레이크는 인텔의 미래 경쟁력을 증명할 바로미터가 될 제품이다. 최첨단 7나노미터(nm) 공정인 ‘인텔4 공정’을 적용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인텔의 최고경영자(CEO)인 팻 겔싱어의 지휘 아래 인텔은 내부 공정 강화와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 진출을 천명했다. 동시에 4년 내 5개의 공정 개발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세부 공정들 중 첫 허들은 극자외선(EUV) 기술을 처음 도입하는 인텔4 공정이었다. EUV는 과거 인텔의 공정 전환이 지연됐던 배경 중 하나다. 첫 허들을 넘은 만큼 차기 인텔3 공정 기반의 서버 CPU와 그 이후 제품들의 적기 출시 가능성이 좀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인텔의 차기 로드맵이 지켜진다고 가정하면 반도체 시장 판도는 완전히 뒤바뀐다. 먼저 인텔이 AMD를 공정에서 앞서게 된다. AMD는 TSMC의 7나노미터 공정을 도입해 인텔과 공정 격차를 벌리기 시작한 이후 지난 5년간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왔다. 올 해도 AMD의 점유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만약 인텔이 AMD 보다 먼저 3나노미터 제품을 출시한다면 경쟁 양상은 극적인 반전이 이뤄진다.
보다 주목해야 할 영역은 파운드리다. 업계에서 인텔의 파운드리 성공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던 근거는 사업 경험 부족과 고질적 공정 지연이었다. 고객사들은 파운드리에 한 번 제품을 위탁하면 최소한 그 제품의 운명을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공정 계획을 믿을 수 없는 인텔에 제품을 위탁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에 가까웠다. 그래서 차기 공정의 적기 출시와 신뢰 회복이 인텔에게는 더 없이 중요하다.
메테오 레이크 하나만으로 인텔의 미래가 호전될 것으로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PC) 업황이 회복되는 올 해는 인텔의 실적이 하방 압력을 받기 보다는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더 높다. 인텔은 PC 사업 관련 비중이 가장 큰 업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 해부터 인공지능(AI) PC가 본격적으로 출시된다. AI PC는 CPU에 AI 기능 연산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추가 탑재를 요구해 고가 제품 위주의 판매조합(믹스)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AI 수요로 PC 교체 주기가 단축된다면, 인텔의 이익 전망 상향 여력은 경쟁사들보다 더 클 것이다. 올 해 인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