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그룹 오너가 세 모녀의 삼성전자(005930) 지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에 글로벌 헤지펀드와 국부펀드들의 주문이 쏟아지며 초과 청약 사태가 벌어졌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글로벌 톱 반도체 기업의 주요 지분을 단번에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블록딜의 흥행 요소였다는 평가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홍 전 관장과 이 사장, 이 이사장이 매각한 삼성전자 주식 총 2982만9183주(약 0.5%)에 대해 미국의 헤지펀드와 중동·아시아·유럽의 국부펀드 수십여 곳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전날 이뤄진 수요예측에서는 기관 주문이 몰리며 초과 청약(Over Booking)을 기록, 주관사가 제시한 가격 범위(1.2~2.0% 할인) 중 가장 높은 주당 7만 2717원에 거래가격이 결정됐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블록딜에는 헤지펀드 중 롱쇼트(Long Short) 펀드보다 롱(Long) 펀드 참여 비중이 훨씬 높았다”며 “많은 국부펀드까지 참여한 것은 중장기 가격 상승에 베팅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롱쇼트 헤지펀드는 매수와 매도를 번갈아 활용하면서 단기간 차익을 내는 전략을 쓴다. 반면 롱 헤지펀드는 주가가 오를만한 기업을 골라 중장기로 지분을 보유한다. 이번 블록딜 결과에 대해 IB업계는 전세계 투자가들이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 전망을 밝게 보면서 주가가 우상향할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부진 사장이 이날 함께 블록딜로 매각한 삼성물산(028260)(0.65%), 삼성에스디에스(018260)(1.95%), 삼성생명(032830)(1.16%) 등의 수요예측에서도 전세계 많은 기관들이 몰리며 완판됐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4개 종목의 전체 블록딜 거래 규모는 2조 7000억 원에 달했다.
주관사를 맡은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들은 짭짤한 수익을 챙겼다. 전세계 투자가들로부터 거래금액당 0.25%의 기본 수수료를 받은 금액만 67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분 매각 주체로 나선 하나은행도 수수료를 수십억 원 가량 지급할 예정이다. 삼성가 세 모녀는 지난해 10월 하나은행과 상속세 납부를 위한 지분 매각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