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068270) 그룹 회장이 10일(현지시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메인 트랙 발표에서 공개한 100조 원 규모의 헬스케어 펀드는 고질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는 국내 바이오텍에 단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 회장은 발표 직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100조 원 규모의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해 특히 효과적인, 새로운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려고 한다” 며 “제약·바이오 밸류체인 전후방에서 셀트리온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의 경우 경영권 투자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 회장은 헬스케어 펀드 조성의 목적으로 “우선은 셀트리온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면서도 “한국과 전 세계에 있는 좋은 바이오텍을 일찍 발굴해서 같이 투자하고 서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바이오 업계에도 좋고 전 세계에도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는 이날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메인 트랙 발표자로 나서 오는 2030년까지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 22개를 갖추고 매출을 현재의 5배로 성장시키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공개했다. 서 대표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높은 투자 규모에 부딪힌 바이오벤처의 성장 제한과 글로벌 빅파마의 사업 철수로 소수 기업만 남는 과점 상태가 이미 진행 중”이라며 “셀트리온은 램시마, 유플라이마 등 6개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해 2025년 11개, 2030년까지 총 22개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선두 위치를 굳힐 것”이라고 밝혔다.
서 대표는 질환과 모달리티별 트렌드를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 현황도 공개했다. 그는 “고형암의 경우 항체약물접합체(ADC) 프로젝트를 가장 우선으로 진행하고 있다” 며 “세부 정보는 내년 동물 실험 결과가 나오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면역관문억제제의 경우 5개의 후보물질이 개발 단계에 있다” 면서 “혈액암 영역에서는 셀트리온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이중·삼중 항체에 집중해 현재 5개의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고 자가면역 질환에서는 셀트리온 항체 치료제를 구강투여제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파트너사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산업이 융합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중강기 전략도 공개했다. 서 대표는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맞춰 제약업계 역시 IT와 융합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해졌다” 며 “셀트리온 헬스케어 인텔리전스 뱅크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임상 데이터 및 외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고도로 정제된 양질의 데이터 뱅크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하겠다는 얘기다.
서 대표는 “오는 2030년 22개 바이오시밀러에 신약 매출이 더해지면 현재 매출 대비 최소 5배 성장을 이룰 것”이라며 “향후 헬스케어 인텔리전스 뱅크(데이터뱅크)가 단순한 의약품 판매 이상의 가치를 환자와 의사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셀트리온의 가치는 지금이 가장 저평가 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정진 회장은 발표 이후 이어진 대담에서 셀트리온의 신약 개발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높은 경쟁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 회장은 “제약회사의 우선 목표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인류를 건강하게 살게 하는 것”이라며 “최근 바이오시밀러 업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을 환영하고 ‘우리 다같이 경쟁해서 의약품 가격을 더 내리자, 더 많은 사람들이 의약품을 사용하게 하자’고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