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APR)을 시작으로 코스피 시장 입성에 도전하는 ‘대어’들이 잇달아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증시가 회복세로 전환하고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그동안 상장을 미뤄왔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공모가 범위(14만 7000~20만 원) 상단 기준 1조 5169억 원의 기업가치로 다음 달 초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 첫 대어였던 두산로보틱스가 10월에 상장한 것을 고려하면 8개월가량 빠른 셈이다.
2조~4조 원의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12월 13일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냈다. 늦어도 상반기에 코스피 입성이 가능하다. 3조 원 이상의 몸값을 목표로 하는 DN솔루션즈는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으며 연내 상장을 유력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IPO 시장에 등장하는 것은 시장 상황이 호전된 덕분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월 2일 2225.67에서 이날 2540.27로 약 14% 올랐다. 지난해 6월 상장일 가격 제한 폭이 기존 공모가의 63~260%에서 60~400%로 확대되면서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긍정적이다.
업계에서는 LG CNS도 올해 상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LG CNS는 2022년 KB증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후 지난해 상장을 추진하려 했으나 주식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계획을 연기했다. 하지만 비교 기업 삼성에스디에스(018260) 주가가 지난해 초 대비 34% 오르면서 상장 추진 동력이 되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월 상장을 철회한 컬리 역시 IPO 재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최근 컬리는 재무적투자자(FI)와 시장 관계자들을 만나 올 IPO 추진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컬리가 적어도 2조 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소 5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SK에코플랜트도 올해 등판이 기대된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그룹 내 재무통으로 평가받는 장동현 SK 부회장을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사태로 건설업에 대한 시선이 악화한 상황에서 당분간 눈치 보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장 부회장 선임은 IPO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SSG닷컴·CJ올리브영·케이뱅크·오아시스마켓 등도 올해 IPO 후보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G CNS의 경우 내부적으로 7조 원 이상 몸값을 원하고 있다”며 “이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코스피지수가 2700까지는 올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선·허준서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8일 보고서에서 “1분기 주식시장의 흐름 및 IPO 시장 상황을 보면서 대어급들이 IPO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코스피 시장의 예상 공모 금액은 5조~7조 원 수준으로 지난해(1조 870억 원) 대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