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악마화해 과격한 지지행위…선거제 개편해 극단정치 끝내야

[망국의 혐오정치 종식하자]
<下> 분열 조장하는 팬덤문화
일부 정치인 폭력 방조·부추겨
지도부서 의지 갖고 결단내려야
'승자독식 선거제' 수술대 올려
다양한 목소리 포용문화 정착을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퇴원하는 현장에 이 대표 지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우리 당의 정통 당원분들은 원래 의견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아름다운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1대 총선, 20대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과격한 언행을 하시는 분들이 일부 유입된 후부터 같은 당 식구끼리도 집단적으로 괴롭히고 물어뜯는 급진적 분위기가 확산된 것 같습니다.”


지난해 이른바 ‘개딸’로 추정되는 일부 당원들의 표적이 됐던 더불어민주당 A 의원의 하소연이다. 일부 정치인을 극단적으로 맹종하는 일부 지지층이 상대 당은 물론이고 같은 당 소속 의원이나 당직자까지도 견해와 계파가 다르다고 공격하며 분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A 의원의 하소연은 단순히 특정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당에서도 극단의 팬덤 조장 논란이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 일부 중진 의원들이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샀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비롯한 일부 극우 진영의 행사에 참가해 그들에게 동조하는 듯한 발언으로 갈채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부산 방문 일정에서 극단적 신념을 가진 습격범에게 흉기로 목을 찔려 자칫 치명상을 입을 뻔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피해 사례는 극렬화된 유권자가 언제든 정치인들을 향해 폭력적 테러를 가할 수 있음을 방증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중진의 현역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극단적인 팬덤 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 중진 C 의원은 “정치는 합의된 선을 지키며 하는 것인데 현재 강성 팬덤 문화는 정치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의원들이 자체적으로 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 D 의원도 일부 극렬 지지층의 분란 행위에 대해 “여야 간 극단적 진영 싸움의 축소판을 당내에서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지도부에서 마음먹고 개선해나가야 하는데 적극적인 의지가 없어 보여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대한민국에서 증오와 분열의 정치를 멈추려면 이처럼 극렬화된 양극단의 팬덤 지지층과 손절하는 정치인 및 정당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울러 이들 팬덤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을 당 차원에서 제재하고 당내 문화를 중도적으로 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 차원에서 극단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에 출연해 (증오의 정치를 부추기는) 정치인에 대해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승자 독식의 현행 선거제도가 양극단의 증오 정치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따라서 선거제를 비롯한 정치제도의 토대를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회 안에 양대 진영만 있으면 결국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며 “중대선거구제로 넓혀 기호 1번만이 아니라 2번, 3번도 당선돼 다수의 당이 참여하게 되면 진영 정치의 말싸움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수많은 플랫폼을 통해 쏟아져나오는 정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시민단체 등의 역할도 요구된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지금처럼 정치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는 개인의 정치 성향에 따라 확증 편향에 휩쓸리기 쉽다”며 “이에 따른 가짜뉴스 범람으로 정치사회를 더 극단화시키는데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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