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기초 상품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르면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다. 미 증권 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처음으로 승인하면서다. 당국의 이번 결정에 따라 비트코인은 월가에서 거래되는 제도권 자산군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위원회는 다수의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ETP는 ETF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법원은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불허한 이유를 적절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배경 등을 고려해 비트코인 현물 ETP를 승인하는 것이 가장 지속 가능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SEC의 승인으로 블랙록과 아크인베스트먼트·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등이 신청한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뉴욕 증시에 상장할 수 있게 됐다. 대다수 펀드는 당장 11일부터 거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출시된 비트코인 선물 ETF의 경우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 실제 비트코인의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반면 이번 비트코인 현물 ETF의 경우 ETF 유입 자금이 실제 비트코인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다.
월가는 현물 ETF 출시로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성과 투자 접근성이 개선돼 최대 1000억 달러(약 131조 원)의 자금이 신규 유입될 것으로 관측했다. 가상자산 업계의 기대는 더욱 크다.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크 노보그라츠 최고경영자(CEO)는 “부의 대이동이 진행 중”이라며 “베이비붐 세대에서 MZ세대로 부가 이전되면서 최대 2250억 달러(약 300조 원)가 가상자산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 가격은 4만 6000달러로 SEC의 발표 전과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수요 증가를 기대하는 매수세와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자’는 매도세가 균형을 이룬 모습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국내 투자자의 경우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ETF에 투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해당 ETF 거래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