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만난 암참 "플랫폼 사전규제 속도 조절해야"

"기업 성장·투자 동력 저하될것"
美빅테크 '플랫폼법' 우려 전해
공정위 "양국 통상갈등 없을것"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에 구글 등이 적용될 수 있는 플랫폼 기업 사전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암참은 이와 관련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암참은 11일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추진 상황과 업계의 의견을 공유하기 위한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플랫폼법 추진을 공식화한 후 미국 산업계에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플랫폼법은 대형 플랫폼 업체를 사전 지정해 자사 우대 및 끼워 팔기 등 부당 행위에 대한 감시 강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메타와 구글 등 미국 기업이 사전 규제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는 이달 초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플랫폼법 추진을 올 1분기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암참은 정부가 법 제정에 속도를 내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암참 관계자는 “플랫폼법과 관련해 회원사 사이에서 나오는 여러 의견을 전달했다”며 “대형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는 플랫폼법이 기업의 성장과 투자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할 수 있도록 법 추진에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플랫폼법은 기존 법으로 규제하는 반칙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것이지 새로운 금지 행위를 신설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이런 법 취지를 암참에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플랫폼법 추진이 통상 갈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유럽연합(EU)과 일본 정부는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취지의 법 제정에 나섰지만 이것이 통상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산업계뿐 아니라 정계에서도 플랫폼법 추진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12월 말 언론 기고를 통해 “(플랫폼법이) 사실상 미국 기업만 겨냥해 양국 간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역시 “친기술·친무역 기조인 한국 정부가 EU처럼 규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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