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국내 7대 은행계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1년 만에 행동주의를 재가동하면서 이사회에 여성·글로벌·자본시장 전문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금융지주(316140)를 향해서는 외부 인수·합병(M&A)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12일 얼라인은 전날 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 등 국내 7대 은행계 지주사들에 이사진 재편 등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얼라인은 지난해 초 이들 금융지주에 주주환원 확대와 자본 재배치를 통한 경영 효율화 등을 요구해 소기의 성과를 냈던 국내 행동주의 펀드다.
얼라인은 각사 사외이사가 현재 학계를 중심으로 한 국내 남성 인사로 편중돼 있다면서 이들이 주주 전체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얼라인 측 집계에 따르면 7대 금융지주 전체 사외이사 중 학계 출신은 37%에 달했으며 금융계 22%, 관료 12% 등으로 구성됐다.
사내·사외이사 전체에서 글로벌 전문가로 꼽을만한 사람이 없다는 점과 투자·자본시장 전문가 역시 2%에 그쳤다는 점, 남성이 88%를 차지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앞서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은행지주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국내 은행 이사회 구성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해 개선할 점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아울러 얼라인은 우리금융이 최근 다각도로 추진해 온 M&A 시도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후 비은행 계열사 확대 방침에 따라 우리벤처파트너스(옛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고 우리종합금융을 완전 자회사로 품으며 체급을 키웠다. 향후 증권사를 추가 인수해 종합 금융지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바 있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자사 주식이 저평가 돼 있는 현 상황에서 추가 M&A는 주주가치 관점에서 비효율적”이라며 “주주환원 정상화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가 선행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금융의 최근 PER(주가수익비율)은 3배 수준인데 최소 PER이 10배 이상인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자본 활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얼라인은 지난해 초 국내 금융지주들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주주환원책을 펴고 있다면서 1차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에 7곳 모두 지난해 2월 중기 자본재배치·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호응했다. 이번 서한에는 지난해 발표한 이 같은 계획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다음달까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도 담았다. 응하지 않으면 올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에 나설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 대표는 “은행들이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할 때”라며 “자본을 아껴 쓰면서 수익을 성장시키고 덩치가 아닌 주당 가치를 빠르게 높이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