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尹 '전두환식 경제 위임' 안하나

윤경환 투자증권부 차장


최근 영화 ‘서울의 봄’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문득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름이 사망 전 마지막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날이 머리를 스쳤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돌연 소환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대선 후보자였던 윤 대통령은 2021년 10월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구 당원협의회에서 “전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고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발언했다가 호되게 곤욕을 치렀다.


윤 대통령은 비판 여론이 확산한 뒤에도 “전 전 대통령이 김재익 씨를 가리키며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했던 말이 유명하다”며 “‘위임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맞섰다.


윤 대통령은 실제 국가수반이 된 뒤 그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을까. 금융투자 업계의 시각은 다른 것 같다. 현 정부 경제·금융 관련 인사의 전문성을 두고 자꾸 뒷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위임의 정치가 아니라 ‘개입의 정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장에 사상 처음으로 검찰 출신인 이복현 원장이 임명될 때만 해도 일각에서는 사정 기관 특성상 그러려니 하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에 거시경제를 다룬 경험이 적은 ‘예산통’ 박춘섭 당시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발탁되자 업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7개월 뒤에 그가 대통령실 경제수석까지 약진하자 곳곳에서 윤 대통령과의 대학 시절 인연만 회자됐다.


지난해 11월 기습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 결정 역시 전문가들이 내린 판단이 맞느냐는 논란을 불렀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법 절차에 명시된 ‘한국거래소의 요청’이라는 요건을 무력화하고 득표용으로 밀어붙인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발표된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에도 총선용 졸속 정책이라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평생 검사 외길만 걷고 정당정치와 거리를 둔 윤 대통령의 지식과 인맥에 한계는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요즘같이 민생이 어려울 때는 경제만이라도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같이 사사로운 인연이 없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정치적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지금처럼 금융권에서 기관장이나 최고경영자(CEO)가 바뀔 때마다 이른바 ‘고시원 선후배’가 계속 거론되는 상황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전두환 옹호 발언’이 다른 의미에서 ‘실언(失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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