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송부한 ‘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사건’을 추가 수사하라며 공수처로 돌려보냈다. 공수처가 공소제기를 요구한 사건을 검찰이 반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공수처는 검찰의 접수를 거부하겠다고 반발했다. 공수처와 검찰의 전례 없는 ‘강 대 강’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12일 서울중앙지검은 "공수처로부터 송부받은 '감사원 고위공무원의 뇌물 수수 등 사건' 관계 서류와 증거물 일체를 다시 공수처에 이송했다"고 밝혔다. 사건을 형사5부(이준동 부장검사)에 배당해 공수처의 수사 기록과 법리를 검토했지만 현재까지의 증거 관계만으로는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는 "공수처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을 고려하면 검찰에서 혐의를 재검토하고 판단·결정하기보다는 공수처에서 추가 수사를 진행해 증거를 수집하거나 법리를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공수처가 추가 수사를 한 이후 수사 결과를 다시 보내오면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검찰의 판단에 공수처는 즉각 입장을 내고 "검찰의 사건 이송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라며 "사건 접수를 거부하겠다"고 반발했다.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는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라 검사로서의 법적 지위가 확립돼 있다"며 "공수처법 제26조에 따라 사건을 수사한 뒤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하며 사건 수사기록과 증거물 등 일체를 검찰에 송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자체 보강 수사를 거쳐 기소·불기소 처분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어떠한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를 한 검찰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검찰은 과거 공수처가 공소 제기 요구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 김웅 의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등에서 추가로 압수 수색을 하고 관련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보강수사를 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필요하면 검찰이 더 수사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감사원 3급 간부 김 모 씨와 김 씨가 운영하는 A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였던 B 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이들이 감사 대상 건설·토목 기업으로부터 15억 8000여만 원의 뇌물을 받고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검찰에 공소제기 요구를 하기 이전인 지난해 11월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다만 법원은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뇌물 액수와 관련해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공수처는 이후 추가 구속영장 청구 없이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사건을 끝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구속 영장 기각 이후 추가 수사를 하지 않고 검찰로 넘겼을 때부터 검찰 내부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수처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추후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공수처법상 감사원 3급 이상 공무원의 수뢰 혐의는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만, 기소권은 검찰에만 있다. 공수처의 기소 권한은 대법원장·대법관·검찰총장·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등으로 제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