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진입에 '반감기'까지…비트코인, 자산배분 매력 더 커졌다

[비트코인, 투기에서 투자로]<하> 가상자산으로 확대되는 투자 포트폴리오
현물 ETF 승인에 반감기 시너지
겹호재에 주식과 상관성 낮아져
비트코인 연말 10만弗 돌파 관측
고금리 환경선 자금유입 어려워
"거시경제 상황 지켜봐야" 분석도


11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된 데 이어 4월에는 4년 만의 비트코인 반감기가 예정돼 있다. 현물 ETF 상장을 계기로 ‘리스크가 높은 투기성 자산’이라는 오명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제도권에 진입한 만큼 이번 반감기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반감기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채굴 업체들이 시장에서 밀려나며 이론적으로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만큼 금융시장에서 가상자산의 지분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 증시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된 첫날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약 9027억 1804만 달러에 이른다. 테슬라·버크셔해서웨이 등 글로벌 기업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재 4만 6000달러대까지 회복한 비트코인의 다음 호재로는 반감기가 꼽힌다.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은 약 4년 주기의 반감기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감소하도록 설계됐다. 비트코인 채굴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검증해 생성한 블록당 정해진 양의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는 것을 가리킨다. 이번 반감기를 거치면 비트코인 채굴 보상은 블록당 6.25비트코인에서 3.125비트코인으로 줄어든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신규 공급이 줄어들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이론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반감기는 비트코인 공급을 제한하고 수요를 증가시켜 가격 상승을 촉진한다”며 올해 말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실제로 앞선 세 번의 반감기는 모두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상승을 이끌었다. 첫 반감기였던 2012년 11월 12달러(약 1만 원) 내외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이후 6개월간 약 944% 급등했다. 다음 반감기였던 2016년 7월에는 가격이 670달러(약 88만 원)에서 500달러(약 65만 원) 선으로 떨어졌으나 6개월 뒤 약 38% 올랐다. 가장 최근의 반감기는 2020년 5월이다. 당시 8000달러(약 1052만 원) 부근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 6개월 뒤 100% 가까이 상승했다. 반감기 전후의 변동성을 감안한 위험 조정 수익률 역시 반감기마다 급등했다. 제도권 금융의 투자자 보호 기능과 편의성을 갖춘 비트코인 현물 ETF와 반감기 효과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의 자산 배분 효과도 매력적이다. 비트코인은 통상 주식과의 상관계수가 높은 편이지만 올해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과 반감기처럼 비트코인에 한정된 변수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미국 주식과 비트코인의 상관성이 높았던 까닭에 변동성만 높이는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이유가 없었다”며 “그러나 2024년에는 유동성 등 거시경제 변수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반감기 같은 변수들이 주식과 비트코인의 상관계수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비트코인 가격에 반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상자산 분석가인 션 윌리엄스는 “현물 ETF와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지난해 비트코인을 160% 이상 급등하게 한 촉매제가 됐다”며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통화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는 등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비트코인의 경쟁 우위는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시장이 3월부터 미국의 금리 인하를 선반영한 상황이라는 점과 반감기 등을 감안할 때 일시적 조정 이후 가격이 재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관측했다.


거시적 요인에 따라 반감기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 또한 있다. 백훈종 샌드뱅크 이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적 기조를 보인다면 반감기가 오더라도 가격 상승이 바로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유입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국내 웹3 컨설팅 기업 디스프레드 리서치팀은 “과거 이더리움 업그레이드나 리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간 소송 같은 사례에 비춰봤을 때 시장에서 호재라고 여기는 사건이 항상 극적인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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