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초완화적 통화정책 탈피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일본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때가 됐다는 의견을 냈다. 일본의 물가가 마침내 당국의 목표인 2% 궤도에 안착했다는 판단에서다. 저출산 속 노동력 유지를 위한 방안으로 노인·여성·외국인 고용을 강조하며 ‘정년 폐지’라는 화두도 던졌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OECD는 2년에 한 번 발간하는 ‘일본 경제 심사 보고서’를 전날 공개하고 일본이 직면한 주요 경제 현안들에 대한 제언을 내놓았다. 먼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OECD는 “단기 정책금리의 완만하고 점진적인 인상과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의 유연한 운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기간 저물가에 시달린 일본은 경기 부양을 위해 2016년부터 단기금리를 -0.1%로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10년물 국채금리가 특정 범위를 벗어나면 일본은행(BOJ)이 국채를 무제한 매수하는 방식의 YCC 정책을 통해 장기금리를 억제하고 있다. 물론 BOJ가 지난해 10년물 국채금리의 상한을 1%로 올리고 나아가 1% 이상이 돼도 어느 정도 용인하기로 하는 등 정책을 수정하고는 있지만 OECD는 보다 확실한 전환에 나서도 괜찮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임금 인상과 경제성장에 힘입어 안정적인 상승세에 진입한 일본의 물가가 있다. OECD는 지난해 3.2% 오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올해 2.6%, 내년에는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티아스 코만 OECD 사무총장은 보고서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과거를 생각하면 BOJ가 신중한 태도인 것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인플레이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꽤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OECD는 세계경제 둔화로 인한 내수 위축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임금 인상이 계속돼야 물가 상승세도 이어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단 OECD의 이번 보고서는 이달 발생한 노토반도 지진의 영향은 반영하지 않았다. 닛케이는 “BOJ가 1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이라던 시장의 기대는 지진으로 인해 약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 경제의 최대 현안인 인구 감소와 관련해 OECD는 고령자·여성·외국인의 취업을 장려해야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일본의 취업자 수는 외국인을 포함해 6600만 명이었는데 합계출산율이 1.3명(2021년 기준)으로 유지되면 2100년에 이 숫자는 3200만 명으로 반 토막이 난다. 하지만 고령자·여성·외국인의 취업이 늘면 출산율이 그대로여도 2100년 4100만 명 정도의 취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OECD의 예측이다.
OECD가 노인 고용을 촉진하는 방안으로 제시한 카드는 다름 아닌 정년 폐지다. 일본은 196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했고 2013년에는 노동자가 원할 경우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일본 기업의 94%가 정년을 두고 있으며 그중 70%가 60세 정년이다. 하지만 코만 사무총장은 “계속 일하려는 의욕이 정년 제도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38개 OECD 국가 중 기업에 60세 정년을 허용하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동시에 OECD는 노인 고용 확대를 위해 연공서열 중심의 문화 해체,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 확산, 연금 수급 연령 상향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OECD는 “일본의 공공부채는 2022년 국내총생산(GDP)의 245%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며 “세입을 늘리고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의 재정 건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OECD 국가들 중 네 번째로 낮은 소비세율(10%)을 올리고 부유한 노인들의 장기요양보험 자기부담금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