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반도 상황이 6·25 전쟁 직전만큼 위험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잦은 '전쟁' 언급이 허세가 아닐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며 "1950년에 할아버지가 그랬듯 김정은이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정은이 언제 어떻게 방아쇠를 당길지 모르지만, 지금 위험은 한미일이 늘 경고하는 '도발' 수준을 넘어섰다고 봤다. 또 작년 초부터 북한 관영매체에 등장하는 '전쟁 준비' 메시지가 북한이 통상적으로 하는 ‘허세(bluster)’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협상 결렬에 크게 실망해 북한 정권의 목표였던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 전쟁을 결심한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또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협력 강화 등으로 우호적인 글로벌 환경이 조성되자 한반도 문제의 군사적 해법을 추구할 기회가 왔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학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과 미국이 한미동맹의 억제력으로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미가 '북한이 공격하면 북한 정권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자주 발신해 북한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 상황에서 그런 생각은 오히려 치명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북한이 우리의 계산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식으로 움직이려고 계획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경우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과 행동은 그가 핵무기를 활용한 군사적 해법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쟁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게) 미친 소리 같을 수 있지만, 다른 좋은 선택지가 남아있지 않다고 스스로 확신하는 이들은 가장 위험한 게임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임을 그동안의 역사가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