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병원에서 20대 남성 환자의 다친 왼발을 두고 멀쩡한 오른발을 수술한 황당한 의료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이 병원은 언론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피해자를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는 왼쪽 발목의 신경 손상 문제로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 사고를 당한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어린 시절 입은 화상 때문에 왼발의 신경이 손상, 발목이 점차 안쪽으로 틀어지는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성인이 된 A씨는 왼쪽 발목의 수술을 결심했고, TV에도 다수 소개됐던 서울의 유명 병원에 방문해 지난해 3월 10일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후 A씨는 오른발이 무거워진 느낌을 받았다. 알고 보니 병원에서 다친 왼발이 아닌 멀쩡한 오른발을 수술하면서 철심 3개를 박아 넣었던 것.
당시 수술 집도의는 “수술 당일 함께 수술에 참여한 직원이 A씨의 왼발이 아닌 오른발에 수술 준비를 해놓아 그대로 진행하게 됐다”며 “A씨의 오른 발목도 외관상 화상이 있고 온전하지 않아 수술 부위가 잘못됐음을 바로 알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의료 사고를 인지한 병원 측은 뒤늦게 왼발 수술에 나섰고, A씨는 의도치 않게 양쪽 발목 수술을 받게 됐다. 두 발에 모두 철심을 박은 A씨는 수술 후 약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통증이 심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병원 측은 잘못을 인정하며 향후 A씨에 대한 치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의금 논의가 시작되면서 병원 측의 태도는 달라졌다고 한다. 병원 측은 A씨에게 “선생님께서 어느 정도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합의를) 빨리 끝내는 게 좋다”며 “언론에 (사고 내용이) 터지면 병원은 이쪽을 신경 쓰게 되고, 그러면 원만한 합의가 안될 수도 있다. 언론에 나오면 딱 절차대로 그냥 밟고 갈 것이다”고 위축되게 만들었다.
A씨는 “이 사람들이 날 바보로 보는 건가? 그래서 억울한 사연을 그냥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고 분노했다.
A씨 사건은 지난해 12월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기사를 통해 병원의 황당한 대처를 접한 네티즌들은 공분했다.
당시 병원 측은 피해자 A씨에 대한 추가 보상도 조율해 문제를 원만하게 합의할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