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 몰래 책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교사 발언은 형사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 사건을 비롯해 유사한 다른 아동학대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1일 대법원 1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말하는 등 16차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에 대한 수사는 학생 모친의 신고가 계기가 됐다. 모친은 아동학대를 의심해 아이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녹음했고, 이를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1·2심 법원은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며 “이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했다.
이어 “교사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다”라며 “대화 내용이 공적인 성격을 갖는지, 발언자가 공적 인물인지 등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쟁점이 유사한 다른 아동학대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에 대한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부모가 몰래 녹음한 수업 내용이 증거로 제출됐다.
다만 녹음 파일 외에 다른 증거만으로도 죄가 입증되는 경우 법원은 유죄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