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돌아온 신사임당…5만원권 환수율 5년 만에 최고

환수율 2021년 17.4% 2023년 67.1%
대면 상거래 정상화로 화폐 유통 늘어
고금리에 현금 보유 기회비용도 상승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취를 감췄던 5만원권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환수율이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면 상거래가 회복하면서 5만원권 사용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시중금리 상승으로 현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높아진 결과다.


14일 한국은행은 2023년 중 5만원권 발행 대비 환수를 보여주는 환수율이 67.1%로 2018년(67.4%)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환수율은 팬데믹 초반인 2020년 24.2%, 2021년 17.4%까지 급락했다가 2022년 56.5%, 2023년 67.1% 등으로 빠르게 반등했다.


코로나19 확산기인 2021~2022년과 비교해보면 5만원권 발행액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으나 지난해 환수액이 크게 늘었다. 5만원권 환수금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2021년 4조~6조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2023년 14조 1000억 원까지 급증했다.


한은은 코로나19 기간 중 대면 상거래 제약 등으로 위축됐던 화폐 유통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2022년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음식숙박업, 운수업, 여가서비스업 등 전통적으로 현금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화폐 유통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중금리도 상승하면서 현금 보유의 기회비용도 증가했다. 예비용이나 가치저장 목적의 화폐 수요가 줄어들면서 코로나19 기간 중 대규모 순발행된 자금이 환수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고액권도 금리 인상에 따라 환수율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100달러권 환수율은 2020년 75.7%에서 2022년 105.6%, 유로 100유로권 이상 환수율은 2020년 51.0%에서 2022년 81.3%로 상승했다.


한은은 향후 5만원권 환수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액권 환수율은 단기적으로 시중금리 향방에 영향을 받는 가운데 비현금지급수단 확산 등 장기적인 요인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5만원권이 2009년 6월 최초 발행됐는데 통상 화폐 유통수명이 15년인 만큼 초기 발행물량을 중심으로 손상권 환수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시장금리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민간 화폐수요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국민 화폐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