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에 국정혼란 불가피…민중당 ‘캐스팅보트’ 부상

■대만, 무너진 양당 구조
민진당 의석 '61석→51석' 축소
52석 국민당, 제1당 차지했지만
8석 민중당이 진정한 승리자 평가
제3지대 형성에 견제·감시 기대

13일 대만 제2야당인 민중당의 커윈저(왼쪽) 후보가 총통 선거가 끝난 뒤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입법원 의석수를 늘린 민중당은 대만 의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진보당이 12년 장기 집권의 문을 열었지만 라이칭더 차기 정부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해 ‘여소야대’ 형국에서 국정을 꾸려나가야 한다. 현 차이잉원 정부의 8년 집권기 동안 쌓인 피로감과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된 결과다. 어느 정당도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2030층 표심을 잡은 제2야당 민중당은 ‘캐스팅보트’로서 그 어느 때보다 존재감이 커졌다. 현지에서는 거대 양당 중 민중당을 성공적으로 끌어들이는 정당이 정치적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커원저 민중당 주석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집권당, 입법위원 선거 ‘참패’=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집권 민진당은 13일 실시된 제11대 입법위원 선거에서 51석을 얻는 데 그쳐 과반 의석수(총 113석 중 57석)를 지켜내는 데 실패했다. 기존 61석에서 10석이나 잃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당은 의석수를 기존 38석에서 52석까지 늘리며 다수 정당 자리를 꿰찼다. 2석을 확보한 무소속 위원들이 친(親)국민당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54석을 차지한 셈이다. 제2야당인 민중당 역시 3석을 추가로 얻어 총 8석을 확보하는 등 약진했다.


선거 막판까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반중 성향의 라이 당선인에게 힘이 실렸지만 지난 8년간 민생과 관련해 집권당에 축적된 불만이 입법위원 선거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라이 당선인 역시 이 같은 민심을 의식한 듯 민진당의 과반 의석 확보 실패에 대해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다”며 “겸허히 검토할 부분이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대만 주요 싱크탱크들은 지난해 대만 경제성장률이 14년 만의 최저치인 1.42%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차이 총통 집권 아래 인플레이션으로 주택 임대료를 비롯한 생계비가 크게 오르며 경제 여건이 어려워진 점 역시 정부 심판 여론이 커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라이 차기 정부는 국정 운영에 있어 다수 의석을 거둔 야당의 반발이라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차기 입법위원들은 당장 2월 1일부터 입법원에 출석해 입법원장(국회의장) 및 입법부원장(국회부의장)을 투표로 선출한다. 입법원장은 입법원에서 논의할 의제를 제시하고 추진하는 등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만 중앙통신사(CNA)는 “라이칭더는 그의 정책에 대한 입법원의 지지를 얻는 데 전임자보다 더 어려운 도전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했다.


◇민중당 ‘제3세력’ 급부상=거대 양당이 입법원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데 실패면서 제2야당인 민중당은 정책 결정권을 쥔 소수당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총통 선거에서 예상밖의 두각을 드러내며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낸 커 후보와 입법위원 선거에서 22.07%를 득표한 민중당을 진정한 승리자로 평가하고 있다. 커 후보는 선거 결과 발표 후 “이번 선거가 거대 양당 이외 다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믿음을 재확인시켜줬다”며 “대만 정치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중당이 향후 어느 정당의 편에 서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에 주목이 쏠린다. 민중당이 2030층의 지지 기반을 튼튼히 구축하고 있다는 점 역시 청년층의 지지세가 약한 민진당과 국민당이 민중당과 협력을 다질 필요성을 높인다.


민중당은 다음 달 입법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주요 발언권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자들은 향후 민중당이 입법원 내에서 할 견제와 감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민중당 지지자인 장 모(35) 씨는 “커원저는 선거 유세 기간 민생 관련한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지적해왔다”며 “앞으로 많은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