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반토막' 악몽 현실화…은행 확정손실 벌써 1000억 넘어

연초 5대 은행 손실률 50.7%
상반기 만기 도래 상품만 9조
손실 규모 5조대 달할 가능성


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올 들어서만 1000억 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되면서 우려했던 ELS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손실률이 50%를 넘기며 올 상반기 손실액이 5조 원대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이달 1~12일 중 발생한 원금 손실 규모는 106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달 8일 44억 원 규모의 첫 손실이 확정된 후 불과 닷새 만에 손실 규모가 1000억 원대로 불어났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 약 2105억 원 가운데 절반이 채 안 되는 1037억 원이 고객에게 상환됐다. 전체 손실액은 1068억 원, 손실률은 50.7%로 집계됐다. 상품별 최고 원금 손실률은 52.1%, 은행별 손실률은 47.8~51.3% 수준으로 나타났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 수익이 결정된다. 홍콩H지수 상품의 경우 판매가 집중됐던 2021년 상반기에 H지수는 1만 2000선을 넘어섰다가 같은 해 말 8000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다 현재 5000대에서 횡보하고 있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2~3년 만기인 관련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5대 시중은행에서 82억 원 규모의 손실이 확정됐다.


문제는 앞으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권에서 만기 도래를 앞둔 상품만 9조 원에 달하며 금융권 전체로는 10조 2000억 원이 몰려 있다. 원금 손실을 피하려면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가 2021년 상반기의 65~70% 수준을 회복해야 하는 만큼 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을 경우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의 손실률을 감안하면 상반기에 5조 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상품의 만기 도래와 함께 관련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달 12일까지 5대 은행에 접수된 홍콩 ELS 관련 민원 건수는 1410건에 달한다. 특히 최근 원금 손실이 확정되면서 올해에만 518건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금융 당국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한 현장 검사와 불완전판매 여부를 점검한 뒤 관련 대책을 3월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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