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총통 선거에서 ‘친미(親美)·반중(反中)’을 내세운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가 승리했다. 라이 후보는 13일 치러진 선거에서 40.05%(558만 6000표)의 득표율로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를 6.6%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라이 당선인은 “대만이 전 세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계속 민주주의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대만 국민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무역 제재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반중·독립 노선에 힘을 실어 민주주의를 과감히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이 총통 당선으로 양안 관계 악화 및 미중 갈등 고조에 대한 우려가 크다. 라이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대만은 독립국으로 중국에 종속되지 않는다”며 중국에 맞서왔다. 중국 정부는 대만산 제품에 대한 관세 감면 혜택 중단과 추가적인 무역 제재를 언급하며 대만 독립을 내세운 라이 당선인을 압박해왔다. 중국 정부가 선거 당일에 대만 해역 주변에서 군용기 8대와 군함 6척을 운용한 것도 친중 총통 후보 선택 유도를 위한 심리적 성격이 강하다. 중국 국무원이 선거 결과 발표 이후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라는 논평을 내놓은 것은 대만 독립 노선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더욱이 중국은 부동산 시장 악화와 경기 둔화로 인한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강경책을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격화하면 우리도 동북아 안보·경제 지형 급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대만 간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도 23.3% 급감하는 등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는 두 나라의 군사적·경제적 갈등에 휩싸이지 않도록 양안 관계 변화를 주시하면서 치밀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 대만이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미국 투자를 늘려 중국 저항의 지렛대로 삼게 되면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능성도 높은 만큼 민첩한 대응이 필요하다.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북한은 이날 올 들어 처음 동해상으로 중거리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오판 등 동북아 긴장에 대비하려면 한미 동맹은 물론 한미일 3각 공조 강화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도 상호 존중의 협력 관계를 확대하면서 대중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