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지만 중국의 인민해방군 조직과 국영 AI 연구기관, 대학들이 이들 제품을 구매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들이 사들인 물량은 매우 적지만 A800·H800 등 중국 시장을 겨냥해 사양을 낮췄던 제품은 물론 A100·H100 등 2022년부터 수출통제 대상에 오른 제품들도 포함돼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려는 시도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지난 1년간 중국 기관들의 입찰 서류를 검토한 결과 칭화대가 지난해 12월 H100 2개를, 산업정보기술부 산하 연구소가 H100 1개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쑤성 우시에 위치한 익명의 인민해방군 조직은 지난해 10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A100과 H100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하얼빈공대와 중국전자과기대도 A100 칩을 총 7개 조달했다. 이들 칩은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대상으로, 미 정부는 2022년 10월 미국 기술을 사용한 AI 칩 등의 중국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저사양 AI 칩도 통제 대상에 올렸다.

로이터는 “이들 칩은 AI 개발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 수량이 대규모언어모델(LLM) 구축에 필요한 수준에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해당 기관들의 AI 칩 조달 방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제재를 시행한 뒤 중국 내에 이들 반도체를 판매하는 암시장이 형성됐고 인도·싱가포르 등지에 만든 현지 법인을 통해서도 AI 칩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칩 워’ 저자인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반도체는 크기가 작아서 밀수가 쉽다. 미국의 수출통제에 빈틈이 없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