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해고를 이어오면서 기술 인력들이 대거 비(非)기술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성장성은 적지만 높은 임금과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돼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세일즈포스·X(옛 트위터) 등은 지난해 기술 인력을 6~13% 해고했다. 이들 기업들은 올해에도 비용절감과 효율성 증진을 위한 구조조정을 이어 나가는 상황이다.
실리콘밸리 대규모 해고가 1년 넘게 계속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던 기술 인력들은 비(非)기술 기업에 새 둥지를 틀었다. 기술면접 플랫폼 Karat의 지난해 데이터를 보면 비(非)기술 기업은 기술 인력 10명 중 9명을 성공적으로 채용했다.
과거 기술 인력들은 하고 있는 업무나 실험적인 새로운 인공지능(AI) 분야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안정적 고용이 보장되지 않게되자 경제적 수입과 승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이에 비(非)기술 기업으로 가는 인력들이 많아졌다. Karat의 조사에 따르면 기술 인재들은 비(非)기술 기업에서 이직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경력을 성장시킬 수 있고, 자신의 생각대로 기술을 구현할 수 있어 만족해한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CNBC는 기술 기업에서 일하는 기술 인력의 60%가 올해 현 직장을 그만두는데 관심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52%)대비 증가한 수치다. 비(非)기술 기업은 실리콘밸리에 있을 필요가 없어 보다 물가가 저렴한 도시에 위치한다. 이에 통근 시간이 적고 실질 생활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술 기업에 비해 아직 근무환경의 유연성이 적은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기술 직업 마켓플레이스 Dice의 최고경영자인 아트 지엘르에 따르면 기술 인력은 항공우주, 컨설팅, 의료, 금융 서비스 및 교육 산업에서 수요가 높다.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은 인력을 줄이는 대신 인공지능(AI)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구글과 듀오링고는 일자리를 AI로 대체했음을 시사했고 지난해 교육기업 체그와 IBM, 드롭박스도 정리해고 이유로 AI의 등장을 언급했다. 구글과 아마존의 일자리 축소는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뒤 몇 달 만에 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3월 생성형 AI 도입으로 일자리 약 3억개가 사라질 수 있고 특히 사무직 근로자가 가장 큰 타격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