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지난달 동성 커플에 대한 사제들의 축복을 인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취지를 오해한 사람들이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방영된 이탈리아 채널9 TV 토크쇼 '케 템포 케 파'(Che Tempo Che Fa·날씨는 어떤가요)에서 논란이 된 교리 선언문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교황은 "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해를 받지 못했을 때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험한 것은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으면 이를 마음에 담아두고 저항하면서 추한 결론을 속단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모두를 위한 축복에 대한 최근의 결정과 관련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커플 축복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지난해 12월 18일 교황의 승인을 받은 교리 선언문에서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해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고 밝혔다.
교회의 정규 의식이나 미사 중에 집전해선 안 되고 혼인성사와는 다르다는 단서를 달았으나 동성 커플을 배제하는 가톨릭 전통과는 다른 획기적 결정으로 해석됐다.
이 결정은 동성애를 금기시하거나 처벌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반발을 샀다. 이에 반대하는 주교들은 관내 사제들이 이를 이행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은 교리 선언 이후 축복이 동성애 지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이성 커플의 혼인성사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회는 동성애는 죄악이고 무질서한 것이며 동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자제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교황은 이날 발언에서 이를 암시하는 듯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은 모든 이를 축복한다"며 "그러나 사람들은 신의 축복 속에 대화를 시작해야 하고 신이 제시하는 길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교회)는 그들의 손을 잡고 그 길로 인도해야 하며 처음부터 그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선출 이후 가톨릭교회가 성소수자를 좀 더 환영하게 하도록 노력해 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2013년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2월 '케 템포 케 파'에 TV 토크쇼로는 처음 출연한 데 이어 2년 만에 다시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