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관련 주식을 올 들어서만 2000억 원 넘게 순매수한 서학개미(미국 주식을 사는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입을 위기에 처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12일까지 테슬라 주식을 6933만 달러(약 916억 원)어치 사들였다. 이들은 지난해 12월에는 한 달 동안 테슬라를 4억 682만 달러(약 5372억 원)어치 팔아치우다가 올 들어서는 전체 해외 주식 가운데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개별 주식뿐만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등 관련 상품도 올해 대거 매집했다. 특히 테슬라의 주가수익률을 추종하면서 동시에 콜옵션(주식을 살 권리)을 매도해 월 배당금을 지급하는 ‘일드맥스 테슬라 옵션 인컴 전략 ETF(TSLY)’를 관련 상품 중에 가장 많은 3626만 달러(약 479억 원)어치나 사들였다. 월 배당형 상품인 TSLY는 테슬라 주가가 오를 때 함께 오르기는 하지만 상승률은 일정 수준 이내로 제한되는 특징을 갖는다.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테슬라 주가가 오를 때 1.5배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차입) ETF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X’와 테슬라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티렉스 2X 롱 테슬라 데일리 타겟 ETF’도 각각 2887만 달러(약 381억 원), 1999만 달러(약 264억 원)씩 샀다. 이들은 올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에서 각각 5위, 10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가 이달 2~12일 테슬라 주식과 관련 ETF 3개를 순매수한 금액만 총 1억 5445만 달러(약 2038억 원)에 달한다.
최근 서학개미들이 최근 테슬라 주식을 다시 사기 시작한 것은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져 저가 매수에 나설 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 시간) 테슬라 주가는 218.89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2021년 11월 4일(409.97달러)의 반토막 수준으로 전락한 상태다. 올 들어서도 테슬라 주가의 하락률은 11.90%에 이른다.
증권가는 올해 전기차 구매 수요 부진과 경쟁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의 약진 등의 악재로 테슬라가 주가를 회복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수익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신호가 나와야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경우 연구개발(R&D)과 생산 비용은 증가하는데 전기차 판매 가격은 내려가고 있어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추세”라며 “사이버트럭 생산과 관련한 초기 비용도 당분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